3D화면·빠른 속도·화려한 비주얼로 재무장
스타크래프트의 신작이 곧 출시된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게이머들에게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 남편과 자녀를 빼앗길 주부들의 원성도 함께 터져나올 듯하다.
지난달 18일 스타크래프트 개발사인 미국 블리자드사는 '스타크래프트 2-자유의 날개'에 대한 비공개 베타테스트(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블리자드사는 이를 위해 전 세계 수천명의 게이머에게 베타테스트 초청 메일을 발송했다. 블리자드사는 베타테스트를 통해 게임에 대한 평가를 전달받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상반기 중으로 정식 발매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6월 출시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스타크래프트. PC 게임 중 이처럼 유명한 게임이 있을까? 1998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PC방으로 이끈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는 10년 이상 인기가 식지 않으면서 전세계 1천100만장(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유통 사이트 'VGchartz' 통계)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스타크래프트의 고향은 미국이지만 한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게임이다. 전 세계 판매량 중 절반이 넘는 600만장이 우리나라에서 팔렸다. '어둠의 경로'(불법 루트)를 통해 유통된 해적판까지 합하면 엄청날 것이라는 게 업계 측의 계산이다.
스타크래프트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따진다면 단순한 게임 이상이다. 이 게임을 하려고 모이는 젊은층이 늘면서 전국적으로 PC방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덩달아 초고속인터넷 보급 속도도 빨라졌다. 게임으로 먹고사는 프로게이머란 직업까지 생겼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 보고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로 인한 e스포츠 산업 및 PC/IP 등의 사업으로 4조7천억원 이상의 경제유발 효과를 일으켰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가 3조4천억원(한국콘텐츠진흥원 추산)임을 감안했을 때 엄청난 수치다. 이러한 경제효과는 '스타크노믹스'(스타크래프트의 경제학)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물론 게임 중독, 아이들이 놀이터가 아닌 PC 앞으로 몰리게 한 점, 게임에 빠진 배우자 때문에 생긴 부부 싸움, 다양한 RTS(온라인 실시간 전략게임) 장르를 하나의 환경으로 고착시킨 장본인 등 악영향도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스타크래프트가 게임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 e스포츠 열풍을 몰고 온 주역인 스타크래프트가 3차원(3D) 그래픽과 한글화로 무장하고 '스타크래프트 2'로 새롭게 태어났다. 1998년 원작 출시 이후 12년 만이다.
◆뭐가 달라졌나?
스타크래프트 2에 등장하는 종족은 원작과 똑같은 테란, 프로토스, 저그의 세 종족이 등장한다. 하지만 각 종족마다 새로운 캐릭터와 기능이 다수 추가돼 흥밋거리가 많아졌다.
블리자드사는 새 버전에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느낌이다. 조작이나 게임전략 등 전체적 게임방식은 전작과 비슷하고 그래픽만 3차원으로 바꾼 것. 한번이라도 기존 스타크래프트를 했던 사람은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게임 조작 편의성이 돋보인다. 최대 12마리까지 선택할 수 있었던 부대 지정(한번에 컨트롤할 수 있는 유니트 양) 기능이 이번엔 두 배인 24마리로 확 늘었다. 손이 덜 바빠진 셈이다. 또 번거로웠던 유니트 업그레이드도 버튼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돼 편리해졌다.
종족별 전략도 약간의 변화만 줬다. 프로토스의 경우 소수의 유니트로 적의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게릴라전에 특화됐고, 저그는 대규모 물량공세로 초반 압도적인 전력을 보이게 했다. 테란은 안정적인 기지 건설과 기술력으로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배가하도록 했다.
다른 전략게임보다 훨씬 빠른 속도감으로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펼칠 수 있었던 점이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10년 이상 장수하게 한 비결. 이번 신작은 더 빨라졌다. 3차원 그래픽에 따른 속도 저하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말끔히 해소했다. 멀티플레이를 할 때도 로딩 시간없이 바로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 속도는 더 빠르다. 자원채취부터 건물 짓기, 전투까지 전작보다 1.5배 이상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3차원을 장착하면서 시각효과가 화려해졌다. 전작의 어두운 느낌에서 벗어났다는 평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화사한 색감 덕분에 전체적인 느낌이 고급스럽다. 각 유니트들의 움직임도 매끄럽게 처리돼 화면에 생동감이 넘친다. 화려한 비주얼에 비해 폭력적 표현은 줄었다. 지나친 선혈과 신체훼손 등 폭력적 표현에 따른 논란이 많았던 전작의 폭력성을 이번 신작은 자제했다.
◆아쉬운 점은?
현재 진행 중인 '스타크래프트 2'의 베타테스트에 초대받은 국내 게이머들은 이번 신작이 개선해야할 점으로 '낮은 타격감'과 '적군과 아군 간 유니트 구별이 쉽지 않다'로 요약하고 있다.
한 게이머는 "향상된 그래픽이나 리플레이와 전투 보고 기능 등 외형적으로 보이는 부분들은 만족스럽지만, 실제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유니트들의 전투 효과나 타격음 등은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게이머는 "레이저 등 광학 계열의 무기들은 한눈에 들어오지만, 투사체류의 공격은 효과가 거의 보이지 않고, 특히 중규모 이상의 전투에서는 유니트가 어디를 공격하고 있는지 분간이 힘들 정도로 타격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게임 내에서 유니트 구별이 쉽지 않아 같은 종족 간의 대결시엔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배경이 너무 어두워서 도대체 어떤 유니트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분간이 안 가는 경우가 많아 게임의 재미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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