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과학동아리 '징검다리'는 2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순수한 열정이 활화산처럼 끓어 넘치고, 무한한 가능성을 주체할 수 없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동아리 회원 모두가 과학에 빠져 있고 지난해 8월 열린 3일간의 대한민국과학축전에 '손으로 만드는 홀로그램' 이라는 주제로 참가했다.
3일간에 걸쳐 폴리카보네이트와 밑그림, 컴퍼스를 이용해 홀로그램의 제작원리와 방법뿐 아니라 응용에 대해 전달하는 일은 학생들에게 많은 인내와 노력을 요구했다. 하지만 내내 밝은 미소와 경상도 사투리로 과학 씨앗을 뿌리는 학생들의 모습은 진지하고 아름다웠다.
체험을 통해 얻은 홀로그램 판을 불빛 아래에서 이리저리 움직일 때 만들어내는 3차원 영상은 신기하기도 하지만'빛의 반사와 굴절에 의한 허상(虛像) 만들기'라는 잠재적인 학습요소까지 포함하고 있어 부스 앞에는 참가자들의 행렬로 연일 장사진을 이뤘다.
홀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다. 호기심과 의욕만으로 덤벼들었다가는 중도에 포기하고 부모님께 맡겨 버리기 십상이다. 아이의 관심과 수준은 무시된 채 부모의 욕심에 이끌려 허둥대며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과열된 교육열로 중독된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단면을 떠올렸다.
학생들은 방문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수정한 대본을 암기하고 체험 도구들을 밤늦게까지 정비했다. 그러나 방문객들의 마음가짐과 예절은 학생들의 노력과 마음씀씀이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체험 과정에서 원리 설명을 무시하거나 허락 없이 자료를 가져가는 몰지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아마 자신이 활동의 주체가 되어 보는 것도 한 가지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둘째 날이 되자 축전에 참가한 외국인들까지 우리 부스를 방문했다. 우리 프로그램이 세계적으로 알려질 만큼 유명해졌던 것일까?
부족한 외국어 실력으로 홀로그램의 원리를 설명하느라 고도의 보디랭귀지를 사용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진지해 보였다. 참여한 일본인의 말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대한민국과학축전과 같은 큰 행사가 일 년에 80회 이상 열리며 지원 규모는 열악하나 참여 열기는 대단하다고 한다. 노벨상의 저력이 어디서 샘솟는지 알 것 같았으며 백년지대계인 우리 교육의 혁신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공계 기피로 과학이 천대받는 현실에서 과학축전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과학 놀이의 즐거움과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심어주게 되어 메신저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또한, 전국에서 온 교사 및 학생들과 다양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과학적 재능과 관심이 남다른'징검다리'부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키울 기회를 주고 진로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축전 마지막 날, 우리 손으로 G32를 철거하였다. 7개월이 흘렀지만 학생들은 G32를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G32를 생각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가 뚜렷해진다고 다들 떠들어댄다. 기대된다.
김용순(경대사대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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