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예전, 연극 '피피엠' 16~28일 공연
핵 전쟁과 환경 파괴로 멸망한 가상의 지구. 유전자 변형으로 기형의 신체를 가진 네 명의 돌연변이 인간들은 오염되지 않은 낙원, 크샨텐을 향해 떠난다. 온갖 쓰레기와 화학물질, 시체들로 오염된 지상은 지옥 그 자체. 돌연변이들의 여정은 흉한 몰골만큼이나 악몽이다. 그들은 낙원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낙원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연극의 종합예술성이 사라지고, 점점 TV 드라마나 영화를 닮아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어둡고, 무겁지만 연극 고유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연극 '피피엠'(PPM) 연습이 한창인 예전 아트홀 소극장(남구 대명동)에서 만난 김태석 예술 감독은 "아주 색다른 내용"이라며 자신있게 말했다. 하긴 독일 작가 하랄트 뮐러가 쓴 '피피엠'의 원제는 '시체들의 뗏목'이다. 영화팬이라면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 영화를 자연스레 연상할 법하다.
'피피엠'은 음울한 세기 말을 배경으로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를 메시지로 담고 있다. 상징과 은유가 곳곳에 숨어있다. 무대도 인상적이다. 정상인간과 돌연변이 사이의 단절을 의미하는 낡은 벽 위에는 15대의 TV를 쌓아 다양하게 활용한다. 벽은 돌연변이들을 토해내는 쓰레기 배출구가 되고, TV의 탑은 오염된 강과 황폐한 지상을 비춘다.
'피피엠'은 동물과 인간의 변종인 외팔이 '체크'가 '거주가능 구역'에서 추방된 세명의 돌연변이, '이타이' '뻐꾸기' '뷰티'와 함께 오염되지 않은 땅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줄거리다. 이타이는 시험관에서 태어난 복제인간, 가장 나이가 많은 뻐꾸기는 핵 전쟁 전 시대의 인물, 뷰티는 책을 읽었다는 죄목으로 거주가능 구역에서 추방당한 여인이다. 화학물질로 오염된 사막을 걷고, 뗏목을 타고 오염된 강을 떠내려가는,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그들의 여정은 그 자체로 기괴함을 자아낸다. 등장인물들이 뿜어내는 캐릭터도 강렬하다.
의심 많고 폭력적인 체크는 뷰티와의 사이에 낳은 아기에 잠시 희망을 품어보지만, 아기의 끔찍한 기형에 절망한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크샨텐' 역시 오염된 땅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체크는 분노에 몸을 떨며 살인을 저지르고 절규한다.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라는, 지극히 도덕적인 주제를 굳이 이렇게 끔찍한 비주얼로 풀어낸 의도는 뭘까. 체크 역의 김태석 감독은 "요즘 연극들이 너무 관객의 기호만 좇는 것 같다. 언뜻 불편해 보이지만 휴머니티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김태석, 이미정, 권경훈, 이경식 출연. 공연은 16~28일이며,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7시 30분, 일요일 오후 4시. 053)354-6464.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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