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에 2700억 매각…이인중 회장 "건설·신성장 분야에 역량 집중\
38년 간 지역 토종 백화점의 명맥을 이어왔던 화성산업(주)동아백화점이 이랜드그룹의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에 매각됐다. 화성산업은 8일 오전 10시 이랜드리테일 오상흔 대표와 포괄적 영업양수도 방식을 통해 유통사업부문 매각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매각 대금은 2천680억원이다.
화성산업은 매각 사실을 오전 10시 30분 한국거래소를 통해 공시한 뒤, 오후 2시 30분 그랜드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연다. 이번에 매각되는 것은 화성산업의 유통부문 전체로 백화점 5개(본점·쇼핑점·수성점·강북점·구미점)과 할인매장 2곳(동아마트 수성점, 포항점)와 유통센터, 동아스포츠센터 등을 모두 포함한다.
화성산업 이인중 회장은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이 상태로 간다면 유통과 건설이 다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화성산업은 앞으로 유통부문 매각을 통해 더욱 건실한 지역 대표 건설 기업으로 거듭나는 한편, 신재생 에너지 등 차세대 그린 사업과 지역은 물론 해외개발 사업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다.
화성산업은 유통업에서 퇴장하지만 '동아'라는 브랜드만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화성산업은 "이랜드 측과 동아백화점의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화성산업 사원들의 고용과 협력업체 관계도 현재처럼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고용승계 방식을 통해 전 직원에 대한 고용은 물론이고 퇴직금까지도 한꺼번에 승계되는 방식으로 MOU를 맺은 것. 여기에다 협력업체가 입을 타격도 고려해 협력업체 승계도 보장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화성산업 관계자는 "현재 이랜드 측에서 동아백화점을 운영할 만한 인력이 없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고용승계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간부급 이상 사원들은 향후 있을 구조조정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화성산업의 이랜드 매각은 급변하는 지역 유통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전해온 화성 측의 고민과, 백화점 업계 진출을 모색해 온 이랜드 그룹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박성수(57) 이랜드 회장은 올 초 각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회사 설립 30주년을 맞아 중저가 백화점 설립과 중국 시장 공략, M&A(인수·합병) 등 3대 전략을 바탕으로 '제2의 창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화성산업과 이랜드리테일 측은 극비리에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랜드 쪽에서 언론 비보도를 전제로 매각 협상을 진행할 것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각이 급물살을 타면서 서명 하루 전날인 7일 오후 6시, 화성산업은 이례없이 일요일 저녁 전간부회의를 소집해 매각협상 진행 사실을 알렸다.
직원들은 "몇 주 전부터 이랜드 매각설이 솔솔 피어오르긴 했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몇 년 전부터 벌써 수 차례 매각설을 겪어왔던 터라 이번에도 설마설마 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백화점에서는 브랜드 영업팀 관계자들을 통해 서울쪽에서부터 이랜드 인수설이 퍼지고 있던 중이었다.
동아백화점의 매각으로 전국 유일하게 토종 백화점의 명맥을 이어왔던 대구에서는 대구백화점이 홀로 남아 롯데와 현대, 이랜드 등 역외 기업들과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할 상황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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