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통] 페이크 다큐 영화의 마술

입력 2010-03-06 07:13:44

영화는 마술이다.

관객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속이느냐가 관건이다, 그렇게 보면 영화는 모두 사기인 셈이다. 특수효과의 발달은 모두 영화적 사기를 치기 위한 고도의 노력들인 셈이다.

최근 3D 영화를 비롯한 기술적 진보를 거부하고, 오히려 거꾸로 가는 영화들이 있다. 비싼 장비 대신 조악한 캠코더로 찍어 거칠게 편집해 마치 실제처럼 포장하는 영화들이다. 이른바 페이크 다큐영화, 가짜로 다큐멘터리처럼 만들어 관객을 홀리는 것이다.

얼마 전 개봉돼 인기를 끈 '파라노말 액티비티'와 기록필름으로 삽입된 화면까지 가짜 논란을 일으킨 '포스카인드' 등이 그런 영화들이다.

1999년 희한한 영화 한 편이 개봉돼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바로 '블레어 윗치'이다. 마녀를 찾아 숲을 헤매던 3명의 젊은이가 실종됐고, 그들이 촬영한 영상만 남았다며 보여준, 거친 캠코더 영상이 영화의 전부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오싹한 공포감을 느꼈다. 도대체 뭐에 홀린 것일까. 연쇄 살인마가 날뛰는 영화도 아니고, 화면도 조잡하기 짝이 없는 영화에 왜 관객은 열광한 것일까.

그것은 관객이 얼마나 공감하느냐가 공포영화의 핵심이라는 것을 이 영화가 간파한 때문이다. 공포영화의 화면이 굳이 예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일본영화 '링'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긴 머리 귀신이 TV화면을 빠져나올 때 치를 떤 것은 거칠고 오래된, 그래서 더욱 진짜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TV 다큐 프로그램 리포터와 카메라맨이 소방대원과 함께 사고 현장을 찾지만, 그 건물이 좀비들의 소굴이라는 설정의 스페인 영화 'R. E. C'(2007년), 뉴욕이 외계 생명체에 의해 습격당하는 '클로버필드'(2008년) 등도 전형적인 페이크 다큐 영화다. 특히 '클로버필드'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고질라'와 같은 SF 액션영화다. 페이크 다큐가 통상 저예산으로 만들어진다는 통념을 깬 작품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부서져 머리가 길거리에 튕겨 나오고, 9·11테러의 악몽을 되새겨주듯 뉴욕 한가운데 빌딩이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에이리언처럼 생긴 외계 생명체가 인간을 공격하기도 한다.

실제를 가장하기 위해 다양한 트릭을 쓰기도 한다. 카메라와 부딪쳐 오디오 장비가 고장 나기도 하고, 주인공이 쓰러졌다가, 카메라와 함께 일어서기도 한다. 카메라 렌즈에 피가 튀고, 또 그 피를 닦아내기도 한다. 또 영화가 시작될 때 가짜 문서를 제시하거나, 허위로 어느 경찰서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특히 '클로버필드'에서 괴물에 의해 처참하게 죽어가는 카메라맨의 최후는 진짜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게 한다.

페이크 다큐 영화들은 현란해지고 있는 영화 기술을 비웃기라도 하듯 갈수록 교묘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어디까지 믿고, 어디까지 믿지 말아야 할까. 그러나 그것은 큰 의미가 없다.

거듭 말하지만 영화는 사기이고, 우리를 얼마나 유쾌하게 그 사기극에 빠지게 하느냐는 것이 키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유쾌하게 속아주는 것도, 돈 내고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자세이기도 하다.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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