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승엽빌딩, 저건 류시원건물…슈퍼스타는 서울 빌딩을 사랑한다

입력 2010-03-06 07:56:38

'이승엽 300억원(뚝섬역 인근), 박찬호 150억원(신사동), 류시원 100억원(삼성역 인근), 장우혁 44억원(도산공원 인근).'

스타들의 빌딩 소유가 유행이 되고 있다. 3일 서울 청담역, 강남구청역, 압구정역, 신사역 등 강남 일대를 종일 둘러보니 스타 빌딩 숲이었다. 비, 서태지, 유인촌, 고소영, 신동엽, 이승철, 신승훈 등 스타들의 빌딩 20여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한 빌딩 건너 하나 꼴로 스타의 빌딩이었다. 주변에 가니 "○○ 빌딩이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 빌딩이 어디죠?"라고 물으면 근처에 살거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아! 여기요" 하고 바로 튀어나왔다. 실제로 스타가 소유한 빌딩은 주변을 활기차게 해 줬고, 이미지 상승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류시원 빌딩 인근의 '안골'이라는 식당 주인은 "일본 팬들이 우리 가게에 많이 와 좋은데 정작 보고 싶은 류시원씨는 안 온다"고 즐거움 섞인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스타의 빌딩이 유행하는 이유를 다각도로 취재해 본 결과 대체로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됐다. ①금융기관보다 수익률이 낫다 ②미래 투자가치가 있다 ③건물의 네임 브랜드 파워가 생긴다 ④내 건물이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300억원 빌딩 소유한 이승엽

'유일하게 강북 빌딩을 선택한 국민타자.'

이승엽(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은 시세 300억원짜리 빌딩을 100억원이나 대출 내서 구입했다. 왜 구입했을까. 이버지 이춘광씨와 통화를 해보니 이런 대답이 왔다. "2년 전부터 투자처를 물색해 왔는데, 아들의 전문 투자자와 상담한 끝에 미래 투자가치가 높은 뚝섬역 인근 에스콰이어 건물을 사게 됐습니다. 승엽이가 현역 선수로 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이승엽 빌딩에 가 보니 실제로 투자 가치가 보였다. 서울숲 인근인데다 개발지구로 지정돼 향후 발전가치가 높은 지역이었다. 땅 3.3㎡(1평) 가격이 7천만원을 호가하며 실거래가도 5천만원을 상회하고 있었다. 2012년에는 지하철 선릉-분당선이 뚝섬역 인근까지 연장돼 역세권 가치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모두 공인중개사 전진옥 대표는 "최근 3년 동안 땅값의 큰 변화는 없었지만 향후 투자가치가 높은 곳이라 이승엽 선수가 적정 가격에 좋은 빌딩을 구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빌딩은 에스콰이어에서 소유하고 있다가 경영이 어려워져 내놓은 매물로 현재 1·2층은 국민은행, 3~10층은 재향군인회가 사용하고 있다. 입주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한달 세가 족히 1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빌딩 주차관리인은 "이승엽 선수는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에 빌딩을 한번 찾아왔고, 가족이나 매니저들은 가끔 얼굴을 볼 수 있다"며 "국민타자가 건물 주인이라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150억원 인텔리전트 빌딩주 박찬호

'강남 신사동 대로변 신개념 빌딩에 제대로 투자한 코리안특급.'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 인근에 가면 떡 하니 서 있는 '박찬호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지나는 몇 사람에게 물었더니 박찬호 선수의 빌딩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더 많았다. 부동산에 일찍 관심을 둔 박찬호 선수와 매니지먼트사는 213.3㎡(64.5평) 면적에 지하 4층, 지상 13층짜리 빌딩을 지었다. 4층에 이 건물 관리자이자 박찬호 선수의 매니지먼트사인 'PSG'(Park's Sports Group)가 자리하고 있다. 'PSG 빌딩'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PSG의 한 관계자는 "빌딩 수입이나 부지 매입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박찬호 선수가 번 돈을 어떻게 투자할지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해 빌딩 신축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남을지병원 사거리에 있는 박찬호 빌딩은 최첨단이다. 층마다 보안장치가 확실해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입주 회사들도 외국회사 냄새가 물씬 풍긴다. 1·2층은 수입차 JK모터스이며 4층은 피에스그룹, 6층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8·9층 케이플러스, 11층 Brain Korea, 13층 Arirang Investment 등이다.

5년 동안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청소 용역직원은 "매년 11월에서 12월 사이에 박찬호 선수가 자주 이 건물에 들른다"며 "주변에 있는 앙드레 김 빌딩과 다른 스타들의 빌딩과 어우러져 보기에 좋다"고 말했다.

◆안동 출신 류시원, 구미 출신 장우혁도 가세

'TK 출신 스타 빌딩주입니다.'

안동 출신의 한류스타 류시원과 전 HOT 멤버 장우혁도 스타 빌딩주 대열에 합류했다. 류시원은 한류스타답게 100억원, 장우혁은 아직 톱스타급이 아닌 탓에 44억원 정도의 작은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류시원이 삼성역 인근에 지은 빌딩은 지난해 강남구 선정 아름다운 건축물에 뽑히기도 했다. 빌딩 이름은 'abnormal 106'으로 106은 류시원의 생일인 10월 6일에서 따왔다. 류시원은 '106'이라는 숫자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 빌딩은 미술을 전공한 한류스타가 주인인 건물답게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며, 일본 팬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 등 지역의 랜드마크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류시원이 직접 실내디자인에 참여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류시원의 한국 매니저먼트사인 '알스컴퍼니'(R's Company)도 이곳 지하 1·2층에 입주해 있다. 1층은 주차장이며 2층부터 4층까지는 DMI 실용음악학원, 5층은 DMI 도예공방, 6층은 카레이서 팀 106의 사무실로 쓰고 있다. 알스컴퍼니 박보아 온라인팀장은 "류시원씨가 강남에 자신의 이름을 딴 빌딩을 지은 뒤 주로 본인의 활동에 도움이 되는 사무실로 쓰고 있다"며 "주변에서도 류시원 브랜드 때문에 이미지가 좋아진다며 반기는 분위기"라고 했다.

구미 출신의 장우혁 역시 대로변은 아니지만 아담한 자신의 빌딩을 가지고 있다. 이 건물 역시 지하 1층에 장우혁의 작업실인 'J's studio'가 위치해 있으며, 1층에는 일본식 레스토랑이 입주해 있다. 주변 커피숍 주인은 "연예인이 주변에 가끔씩 나타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연예인들이 건물을 사는 데 대해 상대적 박탈감이나 부정적인 인식은 없는 편"이라고 했다.

◆다른 스타 연예인의 빌딩들

스타의 강남 빌딩 중 시세가 가장 높은 것은 서태지 빌딩이다. 서태지 빌딩은 도산대로에서 삼성동 방면으로 가는 논현동 중심가에 있으며 지상 6층, 지하 3층의 병원 건물이다. 건물 규모는 박찬호 빌딩보다 작지만 대지가 722.5㎡로 박찬호 빌딩 대지의 3배가 넘는다. 땅값만 해도 150억원으로 건물을 포함하면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서태지가 스튜디오로 이용한다는 지하 2·3층은 불이 꺼진 채로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개그맨 겸 방송인 신동엽도 청담동에 지상 6층, 지하 1층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매니지먼트 회사인 DY엔터테인먼트와 관련 회사들이 입주해 있는 빌딩이다. 대지 311.1㎡, 연면적 988.53㎡로 비교적 넓고 큰 편이며 추정 시세는 약 72억원.

국내 가요계의 간판인 신승훈·이승철·이승환 등도 강남에 나란히 50억원을 초과하는 빌딩의 소유자다. 신승훈은 도산대로 안쪽 신사동에 6층 건물을 갖고 있으며 대지 242㎡, 연면적 1천746.06㎡로 시세는 약 58억6천만원이다.

이승철은 포스코사거리 인근 삼성동에 있는 지상 4층, 지하 2층의 빌딩 주인이다. 건물 앞에 이승철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버스가 주차돼 있어 찾기가 쉬우며 사무실 겸 스튜디오로 활용하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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