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의 공연 찍어 듣기] 예술적 완성도가 최고의 가치

입력 2010-03-04 07:37:23

◇얘노을 재즈싱어즈 창단 연주회/6일 오후 7시 30분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필자가 독일에서 유학할 당시 같은 동네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던 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미국에서 독일로 유학을 온 한 학생이 독일의 지도교수에게 "독일의 대학생들은 기초 지식의 폭이 넓지 않아서 놀랐다"는 말을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교수는 짤막한 한 예를 들었다. '어느 마을에 노래를 아주 많이 아는데 끝까지 부를 수 있는 곡이 한 곡도 없는 사람과 한 곡밖에 모르지만 그 곡을 끝까지 완벽하게 부를 줄 아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 마을에서 노래자랑대회가 열렸다. 과연 누가 상을 탔을까?' 답은 뻔하다. 한 가지를 끝까지 깊이 연구하는 정신이 '세계 최고'를 많이 보유한 독일의 저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적 요구가 변하고 있다. 성실성이 요구되던 농경 사회로부터 자본이 성공의 척도이던 2차 산업시대, 최소 자본으로 최대 효과를 기대하던 3차 산업시대, 분배가 성공의 척도가 되는 멀티미디어 시대를 지나 첨단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지식기반사회와 같이 패러다임의 변화는 지속적이며 급히 전개되고 있다. 일등도 말고 꼴찌도 말고 중간만 하면 먹고사는데 이상이 없었던 시대는 가고 이미 멀티 지능형이든 단순 지능형이든 각 분야의 최고를 요구하는 변화된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음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순수예술 분야나 대중예술 분야에 상관없이 기본기의 완성은 당연하고 더 특별해야 성공이 보장되는 '최고를 요구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한 곡을 완벽하게 노래하는 사람에게 상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한 곡을 완벽하게 노래하는 여러 사람들 중에서는 특별한 장점이 있는 사람이 기회를 얻는 시대를 우리는 통과하고 있다. 막연히 무엇인가를 열심히 함으로써 평가를 받고,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해온 것만으로 평가받던 시대는 이제 빨리 떠나보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열심히 하는 지혜'의 기치를 높이 들고 김연아가 해낸 것처럼, 모태범, 이승훈, 이정수, 이상화가 밴쿠버에서 이루어낸 것처럼 음악 분야에서 독자적 예술의 최고봉을 대구에서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독자적인 브랜드 예술의 최고 가치도 창출하여야 한다. 한 분야에 집중하여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그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듯하다.

6일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는 얘노을(이야기가 있는 노래마을)뮤직센터 소속의 얘노을 재즈싱어즈 창단연주회가 열린다. 지휘는 네덜란드 출신의 지휘자이며, 재즈피아니스트로서 얘노을뮤직센터의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는 요한 루즈(Johan Rooze)가 맡으며, 대구의 40대 대표 작곡가의 한 사람인 박철하 교수를 비롯한 30여명의 단원이 같이 무대를 만든다. 이 단체는 2009년 4월 단원 선발을 기점으로 활동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아마추어 재즈합창단이며, 아직은 재즈의 문화적 기반이 약한 대구 음악계의 입장에서는 이 단체의 창단이 매우 반가운 가능성의 시작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 골을 깊이 파서 머지않은 미래에 예술적 완성도를 지닌 대구를 대표하는 세계적 문화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문의 053)255-0731, 010-4926-1330.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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