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흘러야 발전, 이젠 후진에 길 터줄때"
'진정한 선비는 벼슬길로 나아 갈 때를 어렵게 여기고, 그 자리를 물러 날 때는 쉽게 생각한다.'
지난달 25일 불출마를 선언한 김휘동 안동시장을 두고 최근 난진이퇴(難進易退)라는 고사성어가 안동 공직사회에 회자되고 있다. 난진이퇴는 벼슬자리에 연연하지 않은 퇴계(退溪) 선생의 청빈한 선비정신을 추앙하며 후대 유학자들이 많이 쓴 말이다.
김 시장은 현직 프리미엄과 가장 큰 정치적 지지 기반을 가졌으나 '역사는 흘러야 발전한다. 머무르면 안 된다. 이만하면 후진에게 자리를 물려 줄 때가 됐다'며 쉽게 불출마를 선언했다.
"벼슬에 연연하지 않은 청빈한 선비정신을 몸소 보여 주신 분입니다."
먼저 김광림 국회의원 측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김 시장의 조건없는 불출마 선언을 지방 정치사에 귀감이 될 사건으로 받아들인다. 그동안 유권자들의 심판과 공천권자의 외면에 의해서만 정계를 떠난 사례만이 존재하는 지방 정치 현실에서 기득권을 가진 김 시장의 '아름다운 끝내기'는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김 의원은 "오랜 공직생활을 바탕으로 8년간의 안동시정을 이끌면서 경북도청 유치를 성공시키고 정신문화의 수도로서의 면모를 공고히 해왔다"고 하며 "안동 번영의 시대를 열어 가는 길목 길목 마다 많은 것을 의논하면서 고향의 큰 어른으로 잘 모시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경제기획원, 총리실에서 근무할 때도 김 시장은 항상 고향을 잊지 않았다. 김 시장은 1990년대 초 관선 안동군수를 시작으로 고향 행정에 발을 내디뎌 민선 재선을 포함하면 안동지역 자치단체장으로 3선인 셈이다.
퇴진의 변에서 그는 자신의 불출마를 "'행정연극' 2막을 내린다"고 표현했다. 2막까지 주인공으로서 역할을 다했으며 관객들이 지루해하기 전에 다음 연극은 '새로운 주인공을 뽑아 새롭게 막을 올려야 한다'고 하며 지지하는 시민들이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달랬다.
그동안 김 시장은 정통 행정전문가로 자리를 굳혔다. 고향 발전을 위해 지자체장직에 도전했지만 선거를 외면할 수 없는 지방정치 현실에 마지 못해 응했을 뿐이라는 게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학문을 중시하는 선비지만 벼슬을 내리는 임금의 부름에 마지 못해 응했던 조선 선비의 그것과 닮았다며 김 시장을 따르는 지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칭송한다.
지난달 28일 안동부 신목에서 정월대보름 고사를 지낸 후 다시 업무에 복귀한 김 시장은 자신의 불출마 선언으로 행여 시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듯 2일 아침 월례회를 통해 "시장으로서 주어진 권한을 임기가 끝나는 오는 6월까지 한치의 차질도 없이 행사하겠다"며 "미래를 위해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심정으로 모든 공무원들이 업무에 임해 주기를 바란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안동지역 정가는 김 시장의 불출마 선언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안동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김 시장의 고향 사랑이 영원한 만큼 영원한 안동시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격찬하고 있다. 특히 6·2지방선거에 출마한 일부 정치권에서 김 시장의 불출마 선언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근거없는 소문을 만들어 유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