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시장 '강한 春鬪'…금복주 16도 '순한 소주' 출시

입력 2010-03-02 09:33:58

금복주가 16도대의 순한 소주를 출시하면서 대구경북에서도 소주 전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금복주 관계자는 "3월 중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으로 있다"며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급적 출시일을 앞당길 계획으로 있다"고 밝혔다. 새로 나올 순한 소주의 도수와 이름은 아직 비밀에 붙여져 있다. 이 관계자는 "롯데주류가 지난해 선보인 '처음처럼 쿨'(16.8도) 수준의 저도주가 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대구에서는 저도주 시장이 열리지 않은 만큼 소주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불붙은 소주전쟁

지금까지 대구경북 소주 시장은 금복주의 압도적 승리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 7, 8년 전만 해도 95%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던 금복주가 85%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진로가 15% 가까이 성장한 것.

진로 관계자는 "대학가 주변이나 동성로 등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곳에서는 점유율이 50%에 달하는 매장도 꽤 된다"며 "예전에는 아예 싸움을 해 봤자 질게 뻔하기 때문에 피했지만, 이제는 한번 겨뤄볼 만하다는 조심스런 목소리도 나올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했다.

금복주 역시 이런 위기감을 잘 파악하고 있다. 85%는 아직 엄청난 시장점유율이긴 하지만 한번 무너지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 것이 소비자의 입맛이라는 것. 사실 '소주의 맛'은 구별하기 쉽지 않지만 처음 어떤 술에 길들여졌느냐에 따라 평생 마시는 브랜드가 결정되게 마련이라는 것이 소주 영업사원들의 이야기다.

금복주 관계자는 "이번에 저도주를 출시하는 것도 아직까지 불붙지 않은 저도주 시장을 먼저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소폭 하락한 금복주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 금복주의 아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쿨'은 유통망조차 없지만 현재 대구에서 1.5%가량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업소에서는 맛볼 수 없다 보니 마트나 슈퍼에서 소주를 구매할 때는 '기왕이면 새로운 소주 맛이나보자'는 심리로 이어져 마트 구매비중이 상당히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16도 소주, 글쎄요.

사실 이미 지난해 서울·수도권과 부산경남에서는 16도 순한 소주 전쟁이 시작됐지만 대구경북은 예외였다. '처음처럼'의 경우 수도권과 부산경남을 주무대로 공략했고, 무학의 '좋은데이'와 대선의 '봄봄'은 부산경남에서 시작해 거꾸로 수도권을 역공하면서 전쟁이 맞붙은 것.

하지만 대구경북에는 유독 16도 저도주가 시장이 열리지 않았던 이유는 마케팅 측면에서 서울경기와 부산경남 등 여러 곳에서 접전을 벌이면 힘을 결집하기가 어렵다는 이유가 컸다. 또 대구경북민의 괄괄한 성격상 저도주는 아무래도 맞지 않다는 분석도 있었다.

금복주가 16도 저도주를 출시할 예정이라는 소식에도 일단 진로가 팔짱을 끼고 지켜보겠다는 이유도 "과연 대구경북 사람들에게 순한 소주가 통할까?"라는 점에 반신반의하기 때문이다. 이미 금복주는 2007년 17.9도의 '참소주 블루'를 출시했다가 실패의 쓴맛을 본 경험도 있다.

진로 관계자는 "이미 진로의 경우에는 20.1도의 참이슬 오리지널과 19.5도의 참이슬 후레쉬, 18.5도의 제이 등으로 제품이 다양화돼 있다"며 "금복주가 출시하는 저도주의 반응을 지켜본 뒤 결과에 따라 제이를 대구경북에 론칭해도 늦지 않아 결과를 지켜볼 생각"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한동안 소주 판매율을 끌어올렸던 것은 여성들의 음주 문화 확산 덕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성들의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여성들이 새로운 판로를 열어줬던 것. 하지만 이제는 여성들의 술 소비도 한계지점까지 상승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용기있게 승부수를 던진 금복주의 한판승이 될지, 저도주 틈바구니에서 19도대의 '참이슬 후레쉬'를 내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진로가 반사이익을 얻을 지 두고볼 일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