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취미 이색 인생, "나이프에 인생을 걸었어요"
나이프 마니아 권순범 씨
일상에서 칼은 참으로 유용한 물건이다. 그러나 때때로 흉기가 되기도 한다. 어머니의 손에선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도구이지만 영화 속 조폭들의 무기 역시 칼이다 보니 일반인들의 칼에 대한 인식은 '나쁘다' 혹은 '무섭다'로 각인되어 있다. 누구보다 칼을 아끼기 때문에 칼과 관련된 일을 그만둘 수 없다는 나이프 마니아 권순범(42세)씨에겐 과연 칼이 어떤 의미일까.
"어릴 때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하면서 날붙이를 좋아하게 됐다"는 권씨는 "취미로 칼을 하나 둘씩 모으다 보니 지금은 칼 유통업이 본업이 되어버렸다"고 고백할 만큼 그가 칼과 보낸 세월은 줄잡아 30년도 넘는다.
나이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동아리 모임인 '싸나매' 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권씨는 칼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그가 취급하는 칼의 종류만도 100여 가지가 넘는다. 칼의 가격도 몇 만원대부터 수작업으로 제작된 것은 수천만원대까지 다양하다.
권씨는 "손으로 만든 칼(custom knife)은 만든 사람의 정성과 혼이 깃들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보기 때문에 그 가치는 일반 칼과는 차이가 난다"고 설명하고 "칼이 무서운 게 아니라 칼을 사용하는 사람이 무서운 것"이라며 칼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기를 당부했다. 가끔 주위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칼잡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칼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상업사진 작업을 하다 칼과의 인연으로 저의 운명이 바뀌었어요. 현재는 칼을 생업으로 삼는 바람에 오히려 수입이 충분하지 않아 생활에 어려움이 있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칼은 제 삶의 희망이자 꿈입니다. 언젠가는 저만의 작업실에서 칼을 전시하고 수제칼을 만들어내는 장인이 되고 싶어요."
그의 가방에는 항상 칼 가는 도구로 가득하다. 틈 날 때면 복지시설에 가서 무딘 칼을 갈아주는 봉사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착한 칼잡이 권씨의 일상에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일반 시중에서 숫돌에다 칼날을 세우는 그런 칼갈이가 아닌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그만의 장비와 기술로 샤프닝(칼 가는 일)을 할 때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가 강조하는 칼에 대한 가장 중요한 상식 하나가 있다.
"칼날의 길이가 6cm 이상 되는 칼과 오토 나이프를 소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검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www.wknife.com(월드나이프)에서 권씨의 나이프를 만날 수 있다.
글 ·사진 이철순 시민기자 bubryun@hanmail.net
도움: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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