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이토 쐈던 그 권총 맞나"

입력 2010-02-25 10:42:35

대구박물관 전시품 사진·모형 달라 논란…기획자 "후속모델"

안중근 의사 특별전에 전시된 권총(브라우닝 하이파워 35)
안중근 의사 특별전에 전시된 권총(브라우닝 하이파워 35)
안중근 의사가 쏜 브라우닝 M1900 권총 모델
안중근 의사가 쏜 브라우닝 M1900 권총 모델

"안중근 의사가 쏜 권총이 진짜 맞아요?"

22일부터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을 맞아 열리고 있는 특별전(순국 100년 안중근 국채보상운동, 동양평화로 피어나다)에 전시된 권총 한 점의 정체가 관람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물관 측이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때 쓴 권총 모형을 사진 자료와 함께 전시하고 있으나 사진과 모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 방문객들은 '박물관 측의 실수가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박물관의 실수는 전혀 아니다. 안 의사가 쏜 총과 비슷한 모델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 의사가 의거 당시 쓴 권총은 벨기에산 브라우닝 M1900. 안 의사는 이 권총으로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 일행을 향해 7발의 총탄을 발사했고 이토 히로부미를 정확히 쓰러뜨렸다.

특별전에 전시된 권총 모형 옆에는 '육군박물관 소장, 안중근이 사용한 총기와 같은 계열의 권총'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눈여겨보면 권총 모형과 나란히 전시된 사진 속 권총의 모습이 다르다. 모형의 총신은 보다 직사각형에 가깝고 손잡이 부분의 모양도 차이가 있다. 특히 탄창의 모습은 둘이 같은 기종의 총이 아니라는 점을 더욱 뚜렷이 보여준다. 권총 모형은 브라우닝 M1900이 아니라 후에 나온 모델인 브라우닝 하이파워35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브라우닝 M1900은 미국인 존 모세 브라우닝이 설계해 1900년 벨기에에서 처음 생산됐고 최초의 7연발 자동권총으로 당시에는 혁신적인 권총이었다. 이 총은 후속 모델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1908년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에 구하기 어렵다.

이 권총에는 또 다른 역사가 숨어 있다. 1914년 세르비아의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프란츠 페르디난드 황태자 부부를 암살할 때 쓴 권총이다. 이후 제국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했고 제1차 세계대전으로 번졌다. 동·서양의 역사를 바꾼 두 차례 사건의 중심에 이 권총이 있었던 것이다.

이번 특별전을 기획한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이동국 수석 큐레이터는 전시된 권총 모형이 진품도 아니고 의거 당시 권총과 같은 기종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그는 "안 의사가 의거 당시에 쏜 권총의 행방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일본에도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에 가져다 놓은 모형은 브라우닝 M1900 권총이 아니라 그것과 가장 유사한 브라우닝 기종 후속 모델을 전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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