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수 서양화전/ 대백프라자갤러리/ ~3.1
한 점의 풍경화를 보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속에서 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최종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창작을 둘러싼 작가의 의도와 제작 과정, 기술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까지를 함께 보게 된다. 특정한 장소의 경치를 그린 풍경화에서라면 피상적인 재현이라고 말하는 정태적인 장면 이상의 것을 기대하게 되는데, 사실성이 주는 생동감이나 조형적 질서에서 비롯된 아름다움이나 혹은 색채의 조화에서 나오는 오묘함 같은 것이다. 특히 장식적인 꾸밈이나 과장 없이 자연의 진실과 만나려고 끈기 있게 시도한 흔적들을 마주하게 될 때면 전혀 새로운 감각을 직접 체험을 통해 경험하듯, 재현이라는 것을 잘 알게 하는 캔버스의 표면에도 불구하고, 사건으로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경이로움을 맛볼 때도 있다. 그런 작품은 현재진행형으로서 살아있는 것이 된다.
자연의 감각을 중시하면서 자연에서의 직접적인 체험과 발견을 좇는 작가들의 표현에서 우리는 그들의 노력과 함께 전달되는 특별한 느낌을 왕왕 경험하곤 한다. 유명수의 서양화전도 소박한 자연이 열어 보여주는 비전을 캔버스 표면의 붓 터치와 물감 자국의 개성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다. 타이틀이 암시하는 것은 도시의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지점에서 발견된 풍경들로서 아름다움을 주는 자연미의 추구라는 뜻이 담겨있다. 작가는 자연을 대하면서 얻는 진한 감동을 그리고자 하는 것인데 그곳은 단순히 경치가 좋아서 찾아가는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원래의 자연스런 풍경을 통해 어느 곳에서나 느끼는 자연을 그리려 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런 자연은 캔버스 위로 옮겨지거나 재현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자연은 현상으로서 직접 경험되는 것이지 이미지로 전달될 수 없다. 비록 그 분위기를 상징하거나 환기시킬 수 있더라도 더 이상 자연미가 아닌 결국 예술적으로 매개된 것이고 그의 풍경화도 그 자연을 예술미로 재현해내는 과정이라고 하겠다.
상상력은 우리를 그 자연의 장소로 옮겨주거나 혹은 자연을 우리 앞에 불러올 수 있을까. 예술은 관객의 시각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으로서 그 생생함을 체험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직관적인 시각의 실현과 몰입이 요청되는 그 매력적인 세계는 그러나 습관적인 자연주의의 모방, 재현, 환영과 같은 익숙한 장치들로써는 결코 포섭할 수 없을 듯해서 종종 우리를 좌절시킨다. 그래도 그 불가능할 것 같은 시도는 중단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캔버스 표면의(조형적으로 형성된 미적 가치가 존재하는 평면의) 끊임없는 변주를 통해서.
미술평론가(ydk8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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