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돔야구장, 더 깊이 생각하자

입력 2010-02-22 10:40:09

250만 대도시에 60여 년이 넘은 낡은 야구장 하나로 버텨온 대구시가 돔야구장을 세울 모양이다. 돔구장이 생겨난 것은 여러 가지 장단점의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비 바람 등 기후 환경 조건이었다. 세계 최초(1965년)의 휴스턴 에스트로 돔경기장도 실은 극성스런 날씨와 모기 때문에 지었다는 얘기가 있다. 관중들이 경기 내내 모기 잡고 목덜미 긁어대느라 제대로 경기를 즐길 수 없을 지경이었다는 거다.

대구 돔구장 역시 무더위나 장마 날씨, 모기 같은 자연조건이 아니라도 낡은 구장을 버리고 어차피 새로 지어야 한다면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첫째,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시원하게 뚫린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하얀 공을 즐기는 게 야구의 묘미라면 비가 안 오는 날엔 지붕을 열 수 있는 개폐식 돔야구장으로 지어져야 옳다. 야구는 원래 배구나 농구와 달리 야외용 경기다. 대구시의 생각은 건설 비용이 비싸게 먹히는 문제 때문에 폐쇄식 돔으로 만들 모양인데 돔 선진국 미국도 1990년대 이후에 세운 10여 개의 현대식 구장들은 거의 다 개폐식으로 하거나 공원형의 '파크(Park) 야구장'으로 짓고 있다. 세계 최초 휴스턴 돔구장의 구단(球團)도 파크형 구장을 새로 지어 떠나갔다.

이제 한 번 지으면 100년 가까이 갈(미국 양키 스타디움은 80년이 넘었다) 대구 돔구장은 제대로 지어야 한다. 미래 스포츠 세대의 취향과 감각에 맞는, 말 그대로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친화적 야구장으로 지어져야 하는 것이다. 정부나 자치단체들엔 나쁜 관행이 있다. 다리 놓고 길 닦고 공공건물을 지을 때마다 우선 빨리 세워 놓고 보자는 전시행정의 욕심에 쫓겨 그때그때 쪼들리는 예산에만 맞춰 고만고만하게 만들고는 뒤늦게 다시 뜯어고치고 붙여 짓는 행태다.

이번 돔야구장에서는 그런 낡은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대구시도 그걸 몰라서 폐쇄식으로 가자는 건 아니겠지만 돈이 없으면 시 재정이나 기업체 투자 조건이 나아질 때까지 조금 미루더라도 제대로 된 걸 지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자는 얘기다. 돔구장 없이도 60년을 보냈는데 조금 더 참아서 앞으로의 100년 동안 더 멋진 스포츠 시설을 향유할 수 있다면 그쪽을 택하자는 얘기다.

둘째, 투자 조건을 깊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돔 경기장 지어주겠다는 기업은 2천500억 원짜리 경기장 지어주는 대신 4천여 가구의 대단지 아파트, 그것도 대구 최고의 자연 환경 속에 지어 팔게 해달라고 조건을 걸었다. 월드컵공원 정도의 위치에 4천200가구를 짓게 해주면 대충 그 업체는 직접 시행 시, 1천500억~2천억 원 가까이도 남길 수 있을 거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기존 1만 4천 가구 미분양 아파트의 부작용을 제쳐 두고라도 돈 놓고 돈 먹기 식 투자의 인상이 없지 않다.

지난날 대구 도심의 노른자위 땅을 가졌던 대기업들이 공공시설 하나 생색내듯 지어주고 대신 그 땅에 '아파트 장사' 하고 떠나간 예는 한둘이 아니다. 두류공원 야외무대 지어준 대신 코오롱 공장 부지에는 아파트 지어 팔았고 모 재벌 땅도 500억 원짜리 오페라하우스 지어준 대신 수만 평에 상가아파트 지어 팔고 떠났다. 고맙다고 해야 할지 코 베어 간 줄도 모르고 좋아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돔야구장도 자연녹지 환경을 파괴해가며 가뜩이나 넘쳐나는 아파트를 4천 가구나 더 짓도록 풀어주면 자칫 보리떡 하나 얻어먹으려고 찹쌀을 독째로 퍼주는 격이 될 우려가 없잖다.

76억 원의 운영'관리비와 경기가 없는 300일 가까운 비어있는 날에 3만 관중 동원할 만한 공연과 행사를 계속 유치할 수 있을 것인가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다행히 그럴 수 있다 해도 그 돈은 어차피 시민들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쌈짓돈(입장료)이다. 따라서 손해 볼 일 안 하는 기업에 손 벌리며 수혜 사업 인허가를 쉬운 조건에 던져주지 말고 돔구장 덕에 수익이 늘어날 홈 구단 삼성과 KBO, 국민 스포츠 육성 책임을 진 문화체육관광부 국고 예산에 나누어 분담시키는 실리적이고 배포 큰 전략을 펴볼 필요가 있다.

김정길 명예주필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