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대구역네거리∼반월당네거리 1.05㎞) 양 끝지점인 약전골목과 북성로 이면도로 진출입 구간 승용차 통행 허용을 둘러싸고 대구시와 시민, 상인들이 첨예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시민과 상인들은 교통지옥을 방불케 하는 이면도로 숨통을 트고, 죽어가는 상권 회복을 위해 약전골목과 북성로 등 특정 구간에 한해 승용차의 중앙로 진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구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상징성과 승용차 도심 억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단호히 고개를 젓고 있다.
이에 대해 교통전문가들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 당시 대구시의 이면도로 교통량 분산 대책의 소홀함을 지적하며 진출입 허용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내년초 현대백화점이 개점되면 반월당 일대 달구벌대로는 그야말로 교통지옥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교통지옥·상권 쇠락 진입 허용해야
대중교통전용지구 개통 이후 약전골목에서 반월당네거리쪽 우회전 길이 막히면서 이 일대 상인과 승용차 이용객들의 불만이 크다.
기자는 19일 오후 6시 30분 퇴근길에 중구 약전골목에서 달구벌대로를 통해 명덕네거리쪽으로 운전해 봤다. 약전골목에서 차량 한대가 겨우 빠져 나갈 수 있는 동아쇼핑점 옆길에서 달구벌대로로 나서려면 반월당네거리에서 계산오거리쪽으로 직진해오는 차량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끼어들기를 해야만 했다. 또 택시들이 진입로 입구를 가로 막아 반월당네거리에서 계산오거리 방향으로 직진하는 차량의 모습을 가렸다. 우회전 방향지시등을 켜고 진입을 시도하자 여기저기서 경적 소리가 쏟아졌다. 어렵사리 달구벌대로를 탔지만 U턴을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반월당네거리~계산오거리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탓이다. 계산오거리 서편방향 엘디스리젠트 호텔(옛 동산호텔)을 지나 신남네거리까지 한 블록을 더 가서야 뉴턴을 받을 수 있었다. 34분이 걸렸다.
직장인 이민우(33·남구 이천동)씨는 "대구 남구 이천동 건들바위네거리 집까지 불과 2㎞ 남짓한 거리지만 30분 넘게 걸린다"며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가슴이 탁 막힌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차량 진입 허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차량이 진입하지 못해 상권이 죽어간다는 이유에서다. 19일 오후 북성로 공구골목은 상점 앞에 불법 주정차들만 빼곡할 뿐 오가는 행인들이 없었다.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점포도 눈에 띄었다. 북성로 상가번영회 김학용 회장은 "산업 기자재를 차에 싣고 날라야 하는데 대구시가 대문을 막아버리니 어느 손님이 찾아 오겠느냐"며 "벌써 11곳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취지 살려야
그러나 대구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승용차 길을 열어주면 교통체증을 심화시킬 우려가 큰 데다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진입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대구시가 내세우는 '도심 승용차 억제 정책'의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곽영길 교통정책과장은 "도심 교통수요 억제정책에 따라 도심에 차를 몰고 오는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해 관계에 따라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부 구간을 터주면 결국 이 같은 민원이 이어져 대중교통전용지구 취지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 초 현대백화점 개점후에도 달구벌대로에서 약전골목으로 나 있는 왕복1차로 일방향 도로를 왕복2차로 양방향으로 확장하면 교통흐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대중교통전용지구 이면도로 교통량 분산 대책을 세워 점차 혼잡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교통전문가들은 시의 융통성 있는 교통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계명대 김기혁(교통공학) 교수는 "교통 흐름은 생명체와 같은 탓에 도로망 상황이라든지 이용자들의 패턴을 봐 가며 약전골목과 북성로 등 풀어줄 곳은 풀어줘야 한다"며 "대구시가 전국 최초라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상징성에 사로잡혀 거시적인 교통 흐름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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