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세 비만율 10년만에 2배로

입력 2010-02-22 08:00:11

보건복지가족부는 국민건강영양조사(2007년)를 분석한 결과, 소아청소년 비만유병률이 1997년 5.8%에서 2005년 9.7%, 2007년 10.9%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뚱뚱한 소아청소년이 10년새 2배가량 늘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청소년기로 접어들수록 비만유병률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2005년 기준으로 볼 때, 7~12세 비만유병률은 8.6%였지만 16~18세는 17.5%로 역시 2배가량 높아졌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공부와 컴퓨터, TV 시청 등으로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 초등 4학년 비만율은 13.3%, 중학교 1학년 11.6%, 고교 1학년 14.1%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인 비만과 달리 지방세포 숫자가 증가하고, 일단 늘어나면 잘 없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고지혈증, 지방간, 당뇨, 고혈압 등 성인 합병증도 훨씬 일찍 발생할 수 있다. 아이의 허리둘레가 또래보다 많이 크다면, 어른이 됐을 때 '성인병 종합세트'라고 할 수 있는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성은 최대 30배까지 높아진다. 이처럼 위험한 소아비만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지 10년 이상 흘렀지만 비만유병률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점점 높아만 가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한 달 전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어린이 고열량 저영양 식품의 지상파, 케이블 및 위성 등 TV광고를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금지하는 내용의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패스트푸드, 피자, 과자 등 식품이 만화나 오락 등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에서 중간광고를 하는 것도 금지했다.

당초 정부는 고열량·저영양 식품 TV 광고금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광고할 수 없는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목록을 고시를 통해 공개하도록 했지만 아직까지 그 목록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TV광고가 금지되려면 구체적으로 어느 회사의 어느 제품이 금지조항에 해당되는지 고시해야 하는데 식약청은 이르면 4월 중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개정안 도입 초기 TV광고 제한시간을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4시간으로 하려다가 방송사 등의 압력에 밀려 오후 7시까지 2시간으로 축소되기도 했다.

때문에 소아비만으로 고민하는 주부들은 불만이 많다. 전업주부 오경혜(38·수성구 상동)씨는 "대개 가족 TV시청 시간대가 오후 7시부터인데 오히려 그때부터 온갖 과자, 패스트푸트, 라면 광고가 쏟아진다"며 "어른들도 그런 광고를 보면 식욕을 느끼는데 어린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맞벌이를 하는 강영주(35·북구 태전동)씨는 "도대체 무슨 제품을 안 먹여야 할 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제과업계에서도 고열량 저영양 식품이 아닌 건강식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려는 의욕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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