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의 전설적인 인물 피그말리온은 '지상의 헤파이스토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으로 기술, 대장장이, 장인, 공예가, 조각가, 금속, 야금의 신)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조각 솜씨를 갖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상아로 실물 크기의 아름다운 여인상을 만들었다. 독신인 피그말리온은 이 여인상을 사랑했다. 조각상이 마치 자신의 연인이라도 되는 듯 옷도 갈아입히고 입맞춤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워도 조각은 조각일 뿐이었다. 그는 탄식했다.
피그말리온은 이 여인상에 영혼과 따뜻한 피를 흐르게 해달라고 아프로디테에게 기도했다. 아프로디테는 그의 절절한 마음을 헤아려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피그말리온은 그녀와 결혼했고,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은 피그말리온의 고향 땅 이름을 따서 파포스라고 불렀다.
많은 창작 작품들이 쏟아진다. 창작에는 노력과 함께 어떤 영감이 필수적이다. 노력이 없어서는 안 되겠지만 노력만으로 창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창작은 노동을 바탕으로 하지만, 노동 이전에 영감의 지원을 얻지 않고는 어렵다. 어떤 책은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술술 쓰고, 어떤 글은 아무리 애를 써도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점도 어쩌면 영감의 유무에 따른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력과 영감만으로 과연 창작이 이루어질까. 창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볼만한 책을 쓸 수는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노력만으로 만들어낸 창작물에는 뜨거운 피와 영혼이 없다. 피그말리온이 제 아무리 뛰어난 솜씨와 재료로 여인상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은 상(像)에 불과했다.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영혼과 따뜻한 피를 가진 인간이 아니라, 모형인 것이다.
피그말리온의 이야기에서 보듯 창조물에 영혼을 불어넣는 힘은 노력과 영감에 더불어 기도와 정성이다. 문학 음악 미술을 비롯해 모든 예술 장르에서도 '생명'을 얻는 힘은 간절한 기도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다. 어떤 틀로 '빵'을 찍어내는 일이 아니라면 어떤 분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동양과 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최근 한 무명 작가의 소설 '덕혜옹주'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댄 브라운은 물론이고 신경숙, 한비아 등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던 국내 작가들도 꺾었다. 이 무명 작가의 성공이 다만 노력과 재능뿐만은 아닐 것이다. 중년의 이 작가는 하늘도 움직일 만큼 지극한 정성을 기울였을 것이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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