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릴레이]일흥EMY 정만복 현장 대리

입력 2010-02-17 08:40:04

정만복 현장대리(위) 정근학 구두수선장(아래)
정만복 현장대리(위) 정근학 구두수선장(아래)

"수고합니다!" 웃음 띤 얼굴에 기운찬 목소리로 나의 작업장을 찾아온 정만복씨는 나에게는 든든한 인생 선배이며 힘든 시기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비타민 같은 분이다. 오늘 칭찬하고자 하는 정만복씨는 나에게나 또 어느 누구에게나 먼저 손 내밀고 힘찬 목소리로 기운을 주는 사람이기에 그가 있는 곳엔 항상 활력과 기쁨이 넘친다.

힘들게 일하며 살아가면서도 주변의 어려움을 챙기는 그를 보노라면 사람의 마음 속엔 아무리 퍼내어도 메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산해진미를 혼자 먹는 것보다 변변찮은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 백 배나 더 즐거운 일이라고 말하는 그는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불황의 어려움과 고용 불안에 낙담하는 친구나 후배들에게 소박한 희망의 밥상을 차려준다. "길은 얼마든지 있다. 피하려 하지 말고 부딪쳐 보자"라며 용기를 주며 일자리도 알아봐 준다.

삶에 대한 그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아마 내 짐작으로는 14년 전 찾아왔던 암 투병이 오늘의 생동감 있고 삶에 대해 감사할 줄 알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을 거라 생각해본다. 가난한 집 8남매의 장남으로 빈곤을 외투처럼 입었던 그는 막노동의 험난한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서운 병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숨 쉬고 있는 지금이 가장 나누고 베풀기에 좋은 때"라고 그는 힘겹게 체득한 삶의 지혜를 덤덤하게 말하곤 한다.

작은 중소기업에서 주야간 교대로 돌아가는 현실 속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 빡빡한 일상에서도 생활의 즐거움을 잃지 않고 두 바퀴 자전거로 매일 신천둔치를 오가며 그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름다움과 살아있다는 것의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 고마움을 두 배로 만들고 싶어 십오년여 전부터 두 곳의 복지단체에 후원을 하고 사후 장기기증까지 이미 마친 그는 어르신을 뒷방늙은이처럼 경로당에 모시는(?) 무책임한 봉양 대신 활기차고 보람되게 보낼 수 있도록 일거리를 부지런히 물어 나를 계획도 세우고 있다.

대부분 사람이 스물네시간 오직 혼자만의 의식주 해결에 급급한 세태는 낙천적인 그를 피해가는 것일까. "몸을 밑천으로 하고 있는 이상 고되지 않을 턱이 있나 정말 힘들지, 그러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길 수밖에"라며 높이 든 막걸리잔으로 건배를 외친다. 박봉을 쪼개 소외단체에 후원하는 일은 생각하기엔 쉽지만 실천하기란 어렵다. 가난한 살림에서라면 더군다나 그럴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길을 아는 것이 아니라 길을 걷는 사람일 것이다.

타인에게 모범과 푸근한 사랑을 주는 그는 정작 자신에게는 엄격하여 약속과 주어진 여러 활동에서 흐트러짐이 없다. 이런 아버지를 닮은 딸의 이야기를 다른 이를 통해 들은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약학대학 4학년에 다니는 하나뿐인 딸이 몇 년 전 어느 단체에서 학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며 혼자서 할 수 있겠다며 더 어려운 처지의 학생에게 양보했다는 얘기는 하루아침에 나올 수 없는 행동이라 그 아버지에 그 딸임을 절감하게 했다. 거창한 이념이나 구호 없이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키듯 우직하게 그러나 쉼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그에게서 나는 부끄러움과 무한한 존경심을 느낀다. 정만복 형 파이팅!

정근학 구두수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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