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불협화음 질타에 혼쭐"…지역 국회의원 당혹

입력 2010-02-16 10:11:29

민심(民心)은 싸늘하고 흉흉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왜 싸움질이냐고 질타했다. 설 연휴, 지역을 헤집고 다닌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세종시, 경기, 지방선거에 대한 지역민들의 지적과 염려를 전했다.

◆"제발, 싸우지 마세요."

세종시 수정 여부를 두고 한나라당 내 분열구도가 지속되자 지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대구 칠성·팔달·산격시장을 다닌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대구 북갑)은 "와 그리 많이 싸우노"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우리 손으로 뽑아준 집권 여당이 그렇게 싸우니 보기도 싫고, 염려도 된다 하더라"며 "세종시 때문에 대구가 다 죽는다고 주민들이 하소연을 했다"고 했다.

서상기 대구시당위원장(대구 북을)도 "당의 불협화음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동정하는 여론이 많았다"고 전했다. 서민들까지 나서 '당 화합'을 주문하는 모습에 안타까웠단다.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은 "민심이 흉흉했다"며 "세종시 수정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는데 무엇보다 '싸우지 마라'는 얘기가 가장 많았다"고 했다.

경북 민심도 같았다. 이철우 의원(김천)은 "지역민들은 세종시 수정이냐 아니냐의 문제보다는 당이 갈라지고 대통령께 대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라"며 "민심이 싸늘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지역구와 포항을 다녀온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은 "주민들이 한나라당 내부라도 서로 좀 타협해서 싸우지 말라고 얘기하더라"며 "특히 동향에서 대통령이 배출됐는데 대통령 중심으로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너무 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많았다"고 했다.

◆"여전히, 먹고살기 힘들어요"

정부가 경기 회복 청신호를 연일 발표하고 있지만 지역민들의 체감지수는 여전히 낮았다.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은 "경제가 나쁘다는 얘기가 가장 많았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산업단지 등 굵직한 사업을 유치하고도 도대체 뭐가 달라졌느냐는 불만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선전만 요란할 뿐 정작 동네 민심은 '경기는 살지 않고, 장사는 안 되고, 일자리는 없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명규 의원은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영남권 신공항'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주문이 아주 많았다"고 말했다.

설 연휴 구미 중앙·신평시장 등과 경찰서, 소방서 등을 방문한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구미갑)은 "시민들이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는데 느낄 수가 없다, 힘들다, 죽겠다고만 하더라"며 "무엇보다 일자리를 많이 늘려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강석호 의원도 "농촌에서는 노인일자리 문제를 크게 염려하면서 농번기와 겹치지 않도록 세밀하게 노인일자리 정책을 세워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김태환 한나라당 경북도당위원장(구미 을)은 "여기저기서 전해들으니 올 한 해는 지역 경제와 일자리 창출, 기업 유치에 온 힘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방선거는 지역에 따라 달라

지역에 따라 주민이 느끼는 6·2지방선거의 온도차가 컸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설 연휴 지방선거나 세종시 문제는 별로 듣지 못했다"고 말했고, 이명규 의원은 "지방선거는 '그들만의 잔치'인 것 같았다. 살기 팍팍하니까 단체장 뽑는 일이 뒷전에 밀려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철우 의원도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아직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았다"며 "과거처럼 혼탁하고 과열된 양상도 없고 어떤 행사에 가도 '막걸리 한잔 사라'는 얘기도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성영 의원(대구 동갑)은 "지방선거 분위기가 굉장하더라"고 말한 뒤 "시의원, 구의원 경쟁자도 아주 많이 나타나 공천 신청이 완료되면 아주 과학적인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변화와 도전을 추구하는 지역 여론이 아주 강해 지방선거를 통해 여론 수렴을 똑바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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