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62일.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이제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이제 대구대회가 장엄한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통해 전 인류에게 감동을 줄 책무를 지게 된 것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하계올림픽, 월드컵축구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의 하나다. 이 3대 스포츠 축제를 모두 개최한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나라는 지금까지 6개국에 불과하다. 이제 대한민국이 그 7번째 트리플 크라운의 역사를 쓰게됐다. 세계 여러 선진국과 어깨를 당당히 겨루며 위용을 자랑할 트리플 크라운의 영광이 우리에게 온 것이다.
앞으로 1년 6개월 뒤 열릴 2011대구대회에는 세계 65억명 이상이 TV를 통해 대회 경기를 지켜보고 대구의 모습에 호기심을 갖고 관찰할 것이다. 세계에 한국과 대구의 브랜드 가치를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과연 우리는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일각에서는 한국이 자랑할 만한 세계적인 육상스타의 부재로 2011년 대구대회가 '남의 잔치'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또 유럽이나 북미만큼 육상에 대한 인기도가 낮은 것도 대회 성공을 의심케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불굴의 끈기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손기정 선생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민족혼을 울렸다. 서윤복, 함기용 옹은 보스턴 마라톤에서 한국의 이름을 떨쳤고, 황영조는 마라톤 강국의 초석을 쌓았다.
88서울올림픽 이전, 한국의 체육이 국제무대에서 어떤 수준이었던가? 서울올림픽 이전 양정모의 레슬링 금메달 하나만으로도 온 국민은 감동의 눈물을 쏟아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불과 3, 4년 만의 단기간 준비로 우리는 금메달 12개로 세계 4위의 자리에 올랐고, 그 후에도 10위권의 성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어디 올림픽뿐이던가. 2002년 월드컵 이전 한국 축구는 세계의 변방에 불과했다. 그러나 우리는 4강 신화를 이루며 전 세계 축구인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7회 연속 월드컵 출전의 신화를 이룬 축구 역사상 6번째 나라가 됐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 민족의 저력은 스포츠에서도 어김없이 통했다. 올림픽에서 축구에서 통한 우리의 저력이 육상에서도 통하지 않을 리 없는 것이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도 1년 6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수영에 박태환이란 세계 정상급의 스타선수가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수영도 육상과 같이 기초 체력을 전제로 한 기록경기이고 보면 육상에서도 세계적 스타의 배출은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라 현실 가능한 꿈이라는 점이다.
다만 우리가 되짚어야 할 부분은 한국 육상계의 세계적 스타 부재가 육상만으로는 명예와 부를 향유하기 힘들다는 우리의 척박한 풍토가 원인이라는 점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자질 있는 육상 선수들이 구기 등 인기 종목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육상을 통해서 조국의 명예를 드높인 선수들은 당연히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 또 노력만큼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살 수 있도록 하는 토양이 마련되어야 한다. 바로 인센티브제도 마련이 육상 발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2011년 대구대회와 다음 해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의 육상선수들이 금메달을 조국에 바치는 감동적인 모습을 꼭 보고 싶다.
이 모든 것들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한체육회, 대한육상연맹,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의 유기적 협조체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온 국민의 열성적 참여와 성원이 필요하다.
조 해 녕 2011대구세계육상 조직위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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