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끌려가 징용생활을 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 일본인들은 소나 돼지를 잡으면 창자, 간, 혀 등의 뒷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 징용자들이 그것을 가져다 요리해 먹는 걸 보고 그 때부터 뒷고기 먹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요즘은 일본이 뒷고기 요리가 더 다양할 정도이다.
우리는 옛날부터 소나 돼지를 잡으면 내장, 머리는 말할 것도 없고 머리, 꼬리까지 하나 버릴 것 없이 손질해 먹었다. 때문에 요즘도 고기깨나 먹을 줄 아는 사람은 흔히 "뒷고기를 고기로 치지 살코기야 무슨 맛이냐"고 한다.
경주 안강을 가면 간바지 요리가 있다. 안강 사람들은 간을 둘러싼 보호막, 즉 갈매기살을 간바지라고 부른다. 안강 간바지는 돼지 뒷고기로 만든 안줏감이다.
안강사거리 지나 안강시장 초입에는 간바지 전문점 '숯불간바지'(이수한·59) 집이 있다. 20년 전 시장통에서 처음 문을 연 이후 안강 간바지 명성을 날리고 있다.
'숯불간바지' 집이 유명해진 데에는 간바지가 그만큼 독특한 먹을거리이기 때문.
맛깔나는 간바지 요리는 먼저 신선한 돼지 갈매기살을 받는 일이 관건이다. 돼지 한 마리에 1인분 남짓 나오는 국산 간바지를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 손님이 몰릴 때는 영천, 경산, 대구서도 구해야 할 정도로 물량확보가 어렵다.
그 다음은 손질. 지방질을 제거하고 근육질 막을 제거한 고기는 길이 20~25㎝ 길이에 폭 3㎝ 정도의 띠모양이 된다. 길죽한 간바지는 엷게 포를 떠서 양념에 절여 숯불 불판에 올려 굽는다. 이때 간장, 참기름, 후추, 마늘, 생강 따위를 넣은 양념의 어우러진 맛이 요리의 비결.
이렇게 구워진 안강 간바지는 육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배어난다. 돼지고기 맛이라기보다 쇠고기나 참새, 메추리 등의 날짐승 고기 맛에 가깝다. 간바지 맛에 인이 박힌 단골들은 멀리서도 기꺼이 찾는다.
숯불간바지 주인 이씨는 "고기 손질이 힘들어 젊은 사람은 못 할 정도"면서 요리 비법을 묻는 질문에 "두 종류 갈매기살 중 부드러운 부분만 골라 쓰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명절, 여름휴가를 제외하고 매일 문 연다. 안강읍 안강4리 319-47. 054)761-3892.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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