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구미당김운동

입력 2010-02-06 07:16:09

'구미 상품 사고팔아 구미 번영 앞당기자!' vs '구미당김운동으로 구미사랑운동을 확산시키자!'

앞의 문구는 구미상공회의소에서 10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구미상의의 공식 봉투 겉면에 적혀 있는 것이고 뒤의 구호는 지난달 구미의 상공인들과 공무원들이 외친 것이다.

상공회의소의 문구는 1997년 IMF 이후 경제난과 E마트와 같은 대형소매점의 구미 진출 등으로 영세 중소 상인들과 지역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구미 상공인'전통시장 상인 등이 구미 상품 사랑 운동을 벌이면서 등장한 것. 100년 전 1907년에 대구에서 일본에 진 빚을 갚으려 시작된 국채보상운동과 비슷한 지역 상품 애용 운동이었던 셈. 그러나 이 애용 운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해졌다. 구미 상품 애용 운동이 지금은 봉투 문구로만 남았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21~27일까지 구미의 한 대형소매점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구미시가 연 '지역 완제품 매출 극대화를 위한 구미당김운동 제품 판매 특별전'이 바로 그것이다. 인동탁주의 쌀 막거리를 비롯해 23개 구미 업체의 완제품에 대한 애용 캠페인이 펼쳐졌다. 그 결과 3천만 원의 매출과 이 막걸리의 대형소매점 입점 추진 등 나름의 성과도 냈다.

이런 구미시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미의 영세 중소 상인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첨단 공단도시임을 자랑하는 구미를 뒤덮고 있는 암울한 먹구름 때문이다. 대기업 고급 연구 인력의 수도권 유출에 이어, 정부의 세종시 특혜로 구미공단 기업 유치 노력이 차질을 빚는 등 통계로 잡히지 않지만 체감할 수 있는 위기의 경고음들이 들리고 있기에 그렇다.

구미의 지역내총생산(GRDP) 17조 1천702억 원, 1인당 지역내총생산 4만 6천 달러로 각각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수치 뒤에는 다른 어두운 수치도 있다. 근로 빈곤층이 포항 다음으로 많다는 것이 좋은 예다.

구미세무서가 지난해 처음 시행한 저소득 근로자 가구에 대한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자를 조사한 결과 인구 50만이 넘는 포항은 8천여 명, 40만 못 미치는 구미는 7천400명이었다. 부부 합산 연간 근로소득 1천700만 원 미만, 무주택 또는 기준시가 5천만 원 이하 주택 1채 소유 등 요건으로 사실상 근로 빈곤층이 그 지급 대상이다. 구미당김운동 같은 지역 상품 애용과 지역 사랑 불꽃이 활활 타올라 이런 먹구름을 걷어냈으면 좋겠다.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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