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노인들의 경비원 구직난이 심각하다.
갓 퇴직한 노인들에다 40, 50대 조기 퇴직자들이 너도 나도 가세하면서 고령 노인들의 경비원 일자리 구하기가 더욱 힘겨워지고 있다. 60대 노인들 사이에서는 '경비원 자리를 얻으려면 1년씩 기다려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며, 나이를 속이는 편법 취업까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말 아파트 경비원에 결원이 생겨 모집 공고를 낸 한 경비용역업체는 1주일 만에 지원자 30명의 면접을 봤다.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까지 지원자들의 체력과 생김새를 골고루 따져 '젊은 사람' 위주로 골랐다. 이곳 관계자는 "1주일 정도 공고를 내면 하루 5명, 많은 날에는 10명씩 지원한다"며 "다른 업체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고용지원센터 취업 담당도 "경비원 채용 공고가 나면 반나절 만에 모든 채용이 마무리된다"며 "비교적 힘들다고 꺼리는 2교대 근무도 서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비원의 인기는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2006년부터 3년간 대구 노인 일자리 박람회를 주관한 대구 각 시니어클럽에 따르면 노인들의 경비원 구직 경쟁률은 실제 채용인원 기준 최고 60대 1을 웃돈다.(표 참조)
그러나 경비원 일자리를 구하는 60대 노인들이 설 자리는 좁다. 40대 후반, 50대 초반 연령대도 경비원 일을 하겠다며 찾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경비원은 경비용역업체를 통해 파견되는 형식이 90% 이상으로, 경비용역업체들이 정한 정년은 62~65세 사이가 대부분이다. 정년이 없는 곳은 10%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이 때문에 원래 직장에서 은퇴 후 1년 정도 쉬고 일자리를 찾더라도 오래 일할 수 없다.
한국경비협회 대구지회에 따르면 대구의 회원업체는 100여곳으로, 비회원사까지 합하면 140여곳에 달한다. 10곳 남짓한 업체만 정년이 없어 65세 이상 노인 중 '선택받은 자'만이 경비원으로 일할 수 있다.
고령 노인들은 편법을 통해 취업하기도 한다. 나이를 속여 동생의 이름으로 8년간 일해온 B(75·대구 북구 태전동)씨는 67세 때부터 경비원으로 일했다. 업체가 모집 공고에서 자격을 65세 이하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24시간 격일제로 월 67만원씩 받았다. 저임금에도 군소리 없이 일했지만 나중에 이 같은 사실이 발각되면서 B씨는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나야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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