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고 달리는 자동차를 타고 있는 형세이다. 세종시 정국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친이계와 친박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양쪽 모두 끝장을 보기로 작정한 듯하다. 타협의 여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고, 먼저 뛰어내리는 쪽을 패자로 낙인찍을 것 같다. 상황은 이대로 굴러갈 수밖에 없을까?
세종시 문제와 관련된 법안들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은 전자식 투표로, 의원들이 찬'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게 돼 있다. 이런 식이라면, 친이'친박 간 세 대결뿐 아니라 선거구별 의원들의 이해관계도 얽히게 된다. 세종시에 파격적인 특혜가 부여됨에 따라 대구경북 등 다른 지역에서 역차별을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친이 의원들이라고 해도 일사불란하게 찬성표를 던지기가 쉽지않고 당내 중립성향 의원들로서는 찬성하기가 더욱 어려울 듯하다.
이 같은 여론에 반전이 없는 한, 친이 측이나 중립성향 의원들의 고민만 커질 뿐 표결결과는 어렵지 않게 예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권이 표결 강행 쪽으로 정국을 몰아가려 한다면, 무리수를 두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국정운영에 또 다른 부담을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
표결에서 부결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은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정국 주도권을 상실함으로써 각종 국정과제를 추진하기가 어려워지는 등 '조기 레임 덕'에 빠질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는 등의 비난에 휩싸일 경우(부결에는 친박 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 분당 위기도 최고조로 치달을 것이다.
6월 지방선거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영남권에서는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커짐으로써 이에 편승, 친박을 내건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득세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지역 출신의 친이계 한 의원은 "대구에서 자민련 돌풍을 몰고온 15대 총선 결과가 재연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수정안 카드를 거둬들이는 게 최선책이다. 이 대통령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고민한 뒤 수정안을 제안했다'는 진정성을 거듭 역설하면서 '야당과 당내 일부 의원들의 거센 반발 등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철회키로 했다'는 정도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
이렇게 매듭지을 경우, 이 대통령은 레임 덕에 빠지기 보다는 지지층의 대결집으로 향후 국정운영에 힘을 얻게될 것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 전후를 떠올려 볼 수도 있겠다. 수도권은 물론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경북 등 영남권의 표심도 여권(친이계) 쪽으로 더욱 쏠리게 될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야권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국정과제들을 추진하는 데도 탄력을 붙일 수 있다. 국정 현안들에 대한 친박 측의 반대 목소리 역시 세종시때처럼 커지기가 쉽잖을 것이다.
당내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 전 대표의 '고민'을 덜어주는 것이 될 지도 모른다. 박 전 대표로서는 정치적 신뢰 등을 내세우며 퇴로없이 원안 관철만 강경하게 고수해온 바람에,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려 있는 것이다. 친박계 일부의 우려, 즉 수정안이 통과된 후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후보로 나설 경우 이 문제가 다시 쟁점화됨으로써 수세로 몰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불식시키게 된다. 결국 수정안 카드를 접는 게 박 전 대표와 친박계 측에 정치적으로 빚을 떠안길 수 있는 선택일 수도 있는 것이다.
세종시 문제에 관한한, 먼저 뛰어내리는 쪽이 패자가 아니라 승자가 되는 것이다.
서봉대 정경부 차장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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