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 잠재력으로 대학 가기

입력 2010-02-02 08:43:01

A군은 어렸을 때 선천성 백내장으로 두 번이나 수술을 받는 등 매우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야만 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그는 몸이 회복되자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주 2회 결식아동 및 홀몸노인, 장애인 가정 방문을 통한 반찬 배달을 시작으로 자원 봉사 소식지 제작, 저소득층 청소년 공부방 지도, 장애인식 개선활동 등 무려 2천시간의 봉사활동을 기록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그는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사회복지 전문기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B양은 역사 분야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을 취득했고,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주관한 '우리역사 바로알기 경시대회'에 참가해 장려상을 받았다. 고2 겨울방학 때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일 정오마다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 참가해 자유발언대에도 섰다. B양은 국사편찬위원장의 꿈을 갖고 현재 사학과에 재학 중이다.

A군과 B양은 학교 성적이 3, 4등급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이 명문 대학, 원하는 학과에 다닐 수 있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입학사정관제 덕분이다. 두 학생은 고교 시절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견지했고, 그들이 가진 소질과 적성, 잠재적 능력을 입학사정관이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성적만으로는 학생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로 도입된 대학입학 전형 방식이다. 2011학년도에는 전체 대학 정원의 9.9%인 3만7천628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할 예정이다. 10명 중 1명은 입학사정관제에 의해 대학에 입학한다고 보면 이제는 입학사정관제도 분명 대학을 들어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다고 2011학년도 대입을 눈앞에 둔 학생이 당장 전형을 준비하려 들면 오히려 낭패일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보다는 그동안 자신이 관심을 가져왔던 분야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활동을 해 온 상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학교생활기록부의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고교 1, 2학년생은 시간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가? 우선 두 가지만 들어본다. 그 첫 번째는 '진로를 먼저 정하라'는 것이다. 진로를 정하지 않았다면 어떠한 대비도 소용이 없다. 아무리 많은 활동 성과와 특기, 소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분명한 목표와 일관성이 없다면 산만해 보이기 쉽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 생활은 기본이다.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내용은 학생의 고교 생활의 역사이다. 그리고 그것은 학생의 성실한 태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학기마다 들쑥날쑥한 성적보다 꾸준히 향상된 성적이 학업에 대한 성실도 및 자기 관리 능력을 보여준다.

입학사정관제는 성적을 등한시하고 대학의 입맛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로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단시일 내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계발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러한 준비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병행될 때에만 두드려 볼 수 있는 문이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대다수가 학교 생활에 가장 모범적인 활동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차상로(범성학원 평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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