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 '新애국자'…다둥이 엄마들의 행복論

입력 2010-01-30 07:40:00

생각없이 애만 줄줄?…삶을 모르시는 말

허정숙·정은영·전춘선·정윤둘씨(왼쪽부터) 등 경산에 사는 다둥이 엄마 네명이 27일 경산시보건소에서 만나 아이 키우는 얘기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허정숙·정은영·전춘선·정윤둘씨(왼쪽부터) 등 경산에 사는 다둥이 엄마 네명이 27일 경산시보건소에서 만나 아이 키우는 얘기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저출산의 시대이다. 대부분의 가정들이 자녀 1, 2명을 낳는다. 아예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도 많다. 세명 이상을 낳으면 "미련하다"는 등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출산 분위기가 변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출산을 막기 위해 출산 장려금을 지원하지만 출산율은 제자리 걸음이다. 국가적 재앙으로 여겨지는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많이 낳아 애국(?)하는 다둥이 엄마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다둥이 엄마들은 "다둥이는 보석, 행복, 기쁨, 소망"이라고 강조한다.

◆정윤돌씨 "셋째는 자랑하고 싶은 보석"

정윤둘(40·경산시 백천동)씨는 38세 때 셋째를 낳았다. 당시 첫째 아이가 15세, 둘째 아이가 10세였다. 셋째 아이를 가졌을 때는 고민이 많았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큰 아이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남편은 "나는 모르겠다.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미뤘다.

정씨는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했다. 시댁에도 임신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알렸다. 시어머니는 돈 잘 버는 사람도 아이가 두명밖에 없는데 어떻게 키우겠냐면서 걱정했다. 주위에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정씨는 눈물도 많이 흘렸다. 주위의 시선도 따가웠다. 친척들은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지금은 늦둥이를 보석처럼 여긴다. 보석처럼 빛이 나고 예뻐서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다. 정씨는 "셋째를 볼 때마다 낳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이가 적은 가정은 느낄 수 없는 행복"이라고 말했다.

◆정은영씨 "막내 덕분에 금슬 좋아져"

지난해 셋째 아이를 낳은 정은영(39·경산시 백천동)씨. 셋째 아이의 임신은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주위에서는 모두 낳지 말라고 했다. 속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 '아이 한명에게 집중 투자를 해야지'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섭섭했습니다. 자기들이 키울 것도 아니면서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가 상처가 됐습니다. 그래서 임신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배를 가리고 다녔습니다."

주위의 우려에도 셋째 아이는 행복을 가져다줬다. 남편과의 금슬이 더 좋아진 것도 막내 덕분이다. 남편은 첫째와 둘째 아이 기저귀를 잘 갈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은 셋째 아이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면서 귀여워하고 아낀다. 기저귀를 직접 갈아주고 수시로 전화해 목소리를 듣곤 한다.

"늦둥이는 삶의 기쁨입니다. 셋째가 생긴 뒤 남편과 부부 싸움도 사라졌습니다. 온 가족이 하나가 된 느낌입니다."

◆"아이 7명 우애 깊어" 허정숙씨

허정숙(42·경산 와촌면 시천리)씨는 아이가 7명이다. 22세 때 첫 애를 낳은 뒤 38세 때 막내를 출산했다. 허씨는 아이를 좋아해서 아이에 대한 욕심도 많았다. 남편도 외아들이어서 아이를 많이 낳기를 원했다. 아이들이 많다 보니 의료보험증에 아이 이름을 쓸 공간이 부족할 정도이다. 하지만 이웃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남편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벌기에 아이들이 그렇게 많냐고 하더군요. 미쳤다면서 정신병자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주위의 시선이 부담돼 막내를 임신했을 때는 복대를 했습니다."

전세를 구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방을 얻으러 가면 집 주인은 먼저 아이들이 몇명이냐고 물었다. 7명이라고 대답하면 주인이 문을 닫기 일쑤였다. 겨울에 방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면 서럽기도 했지만 7명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부자가 된 기분이다. 7명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아이 한명이라도 아프면 가슴이 아프다.

"38세 때 막내를 출산했습니다. 18시간 만에 아이를 낳았습니다. 고생하면서 낳아서 더 사랑스럽습니다."

아이가 많아서 좋은 점도 많다. 자녀가 1, 2명 있는 가정은 자녀끼리 많이 싸우지만 7명이기 때문에 서로 우애가 깊다. 큰 아이가 동생을 잘 챙겨주기 때문에 싸우는 것을 잘 보지 못한다.

◆"정부 정책은 생색내기" 전춘선씨

전춘선(38·경산 압량면 부적리)씨는 아이가 네명이다. 넷째 아이는 이제 생후 5개월이다. 전씨는 원래 아이는 두명만 낳기로 남편과 상의했다. 맞벌이를 하는 탓에 아이 양육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셋째 아이가 갑자기 생겼다. 첫째와 둘째가 딸이고 셋째는 아들이어서 낳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넷째 아이를 가졌을 때는 반대가 심했다.

"주위에서 아무 생각없이 사는 엄마라고 하더군요. 가족끼리 외출하면 '흥부가족' 출동한다고 놀렸습니다."

전씨는 넷째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하지만 정부에서 하는 대책이 너무 생색내기에 그친다고 했다. 막상 셋째와 넷째 아이를 양육해보면 정부의 지원이 피부에 와닿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엔 첫째와 둘째만 낳아 과외 등 집중 투자하면서 잘 키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우애있게 자라면서 좋은 성품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정부에서도 다둥이 가정에 대한 지원을 늘렸으면 합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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