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스카프 두른 도도한 여인의 자태, 꽃 보려면 고개 숙일 밖에…
우리 야생화들은 대부분 소박하고 청초하여 산골처녀 모습이지만 얼레지는 그렇지 않다. 한마디로 신세대 멋쟁이 아가씨 이미지. 잎사귀 사이로 꽃봉오리가 피기 시작하면 6장의 꽃잎이 뒤로 한껏 젖혀지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데, 이는 마치 보랏빛 스카프를 바람에 날리며 서있는 세련된 여인을 연상케 한다.
산행하다가 얼레지를 만나게 되면 누구라도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한다. 낮은 키에 뒤로 확 젖혀진 보라색 꽃이 아래를 향하고 있으니 그 자태를 보려면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야 하니 자연스레 경의를 표하게 되는 것.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25~30㎝이며 깊은 산 숲속 그늘에서 자라며 제주도에서 북부지방까지 분포한다. 꽃잎 안쪽에 짙은 자주색의 W자 얼룩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잎은 2장 또는 1장씩 땅에 붙어나는데 녹색 바탕에 자색의 얼룩무늬가 있다. 그래서 얼레지라 부른다.
얼레지는 비늘줄기로 된 뿌리가 땅 속 깊이 박혀있어 뽑기가 무척 어렵다. 흙을 파다 보면 희고 연한 땅속 잎자루가 쉽게 부러지기 십상. 비늘줄기는 한해가 지나면 그 밑에 다시 생기므로 해가 갈수록 뿌리가 깊어진다. 뽑아갈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일설에는 멧돼지들이 얼레지의 비늘줄기를 좋아하는 바람에 스스로 멧돼지를 피해서 낮은 데는 뿌리를 내지지 않는다고. 그래서 높은 산 비옥하고 토심이 깊은 숲속 그늘에서 깊게는 땅 속 50㎝까지 들어가 자란다고 한다.
땅 속에 골프채 모양의 한쪽으로 약간 굽은 비늘줄기에는 40~50%의 많은 녹말이 함유되어 옛날에는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음식을 해먹었다. 연한 잎은 봄나물 중의 으뜸으로 알려져 있으나 생것을 먹으면 설사병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한다. 삶아서 독을 빼내고 말려두고 묵나물로 먹어야 된다.
4월로 접어들면 남쪽 섬 지방으로부터 얼레지 꽃소식이 전해진다. 대구 근교에서는 가야산 용기골에 가면 볼 수 있다. 4월 중순경 군락을 이루며 핀다. 희귀하게 흰색 꽃이 피고, 잎이 연두색을 띠며 꽃밥이 노란색인 '흰 얼레지'도 있다.
김영곤 야생화연구가
감수 김태정 한국야생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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