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의상 제작소 '추무로' 곽명숙(49) 대표는 패션 디자인이 좋아서 대졸 학력을 숨기고 봉제공장에서 바느질을 배웠다. 대학에서 패션과 전혀 상관없는 불문학을 전공했는데, 아는 언니의 코디네이터 일을 잠시 도와주다가 패션 디자인에 빠져버린 것이다. 패션이 좋아 1년 동안 서울의 학원을 오가며 배우기도 했다. 나중에는 대학원을 2곳이나 다니며 패션을 배웠다.
웬만큼 이름난 양복점에서도 재단과 봉제, 염색까지 한 사람이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그녀는 디자인부터 재단, 봉제, 염색까지 모두 다 한다. 옷에 관한한 모든 것을 알아야 가장 알맞은 옷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무대의상이 아니라, 무용의상이라고 강조했다. 그게 그것 같지만 둘은 차이가 있다. 무대공연이라는 점에서 무용은 연극이나 뮤지컬, 오페라와 같다. 그러나 오페라나 뮤지컬 의상은 대부분 고증에 의해 정해져 있다. 그에 비해 무용의상은 디자이너의 철학이나 관점을 많이 가미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디자이너의 특성이 도드라져서는 안 된다.
"듣기 싫은 말이 '의상이 튀더라'는 말입니다. 의상은 무용공연의 한 부분으로 묻혀야지, 의상이 도드라진다면 잘못된 것입니다. 무용의상을 책임지는 나는 감독이 아니라 스태프입니다."
자신의 작품, 그것이 창작품이라면 도드라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만의 창의성과 작품의 완성도라는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가는 사람이었다. 디자이너의 개성을 잃지 말아야 하지만 자신이 서야 할 경계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일단 무용복 주문을 받으면 작품을 충분히 숙지하고 연출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무용복은 예쁘게 짓는 게 아닙니다. 작품에 맞게, 배우의 체형과 동작, 음악에 맞게 짓는 게 중요합니다. 도드라진 옷을 짓고 싶다면 무용 공연복이 아니라 패션쇼를 해야겠지요."
곽명숙 대표는 25년 동안 약 200개 작품에 2천여 벌의 무용복을 제작했다. 스스로 무대 뒤의 춤꾼이라고 일컫는다. 49년 동안 살아오면서 알게 된 사람의 90%가 무용가들이고, 아는 세계의 90%가 무용이라고 했다.
곽 대표는 '의상이 참 잘 어울리더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고, '선생님 작품인 줄 알았어요'라는 말을 가장 듣기 싫다고 했다. 척 봐서 자신의 작품임을 안다면 틀에 박힌 작품을 만들었다는 말이고, 시장에서 파는 일상복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곽명숙 대표는 자기만의 디자인을 연구하고 옷을 짓지만, 그 옷은 언제나 춤과 배우를 빛나게 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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