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열정, 그리고 봉사.' 그녀를 정의하는 데는 반드시 세 단어가 따라가야 할 것 같다. 아니면 열정과 결혼하여 일과 봉사라는 자매를 둔 여자로 규정하든지.
KMI(Korea Medical Institute 한국의학연구소) 대구센터 김현숙(48) 소장. 그녀의 사무실에는 클린턴 힐러리 미 상원의원 사진을 복사한 흑백 프린트물이 걸려 있다. 김 소장에게는 '도전과 변화'의 멘토인 셈이다.
"대구센터 전 직원이 지난해 합창단을 만들었습니다. 처음 제가 지휘봉을 잡았는데 모든 멤버의 눈동자 106개가 하나 흐트러짐 없이 지휘봉 끝을 따라 움직이는 거예요. 전 충격 받았습니다. 그냥 눈물이 쏟아지는 겁니다. 나의 손동작 하나하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보고 이들의 가족과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막히면서 눈물이 마구 쏟아지더라고요."
1985년에 설립한 KMI는 건강검진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이다. 암 발생 DNA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를 비롯해 150여 가지 검사를 한자리에서 받을 수 있다. 대구시티센터(노보텔) 5층에 자리 잡은 대구센터는 1990년 문을 열었다. 5명의 의사를 포함한 54명 직원이 2009년 한 해 동안 7만5천명을 검진, 대구경북 검진 1위를 기록했다. 하루 200~250명씩 다녀간 셈. 그 가운데 암환자 발견만도 120건에 달한다.
대구센터의 성장은 처음부터 수직상승한 것은 아니다. 김 소장이 2005년에 부임해 왔을 때는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장부정리는 엉망이었고 직원들 봉급도 밀린 상태. 직원들은 완전히 자신감을 잃었고 냉소주의에 빠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은 '여자가 뭘 한다고'라며 김 소장의 부임을 거부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지휘봉을 잡은 김 소장은 자신의 부임을 거부했던 직원들도 '내 핏줄'이란 생각으로 하나같이 껴안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열정을 일깨우기에 혼신을 다했다.
6개월쯤 지나고부터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매출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내친김에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조직 시스템에도 변화를 주었다. 지금 대구센터는 전 직원이 오전 6시30분까지 출근해 7시부터 업무에 돌입한다. 소비자 위주의 센터 운영으로 매년 25~30%의 성장, 지난 5년간 10배 이상 매출규모가 커졌다. 올해도 30% 성장 목표달성을 낙관한다.
김 소장은 이렇듯 일찍이 열정적 리더로서 자질을 타고 났을까? 그녀는 어린 시절 부끄럼이 많아 부모들이 '어떻게 학교 보낼까'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성격이 대학시절 동아리활동을 하면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다큐멘터리 사진에 관심을 가진 그녀가 세 차례나 사진전을 가질 정도로 적극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첫 직장인 모기업 계열 무역회사에서 그녀는 세상의 이면을 맛보기도 했다. 11년간 근무하는 동안,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 출신 직장인들이 어떻게 기업을 '말아먹는지' 똑똑히 보면서 마음고생도 겪었다.
그 후 그녀는 지역의 소규모 제지업계에 들어갔다. 몇년 다니자 직장은 자금난으로 문을 닫을 지경이 되었다. 그때 그녀는 과감하게 그 업체를 인수해버렸다. 제지업체가 본궤도에 오르고 그녀의 힘이 필요 없다고 느꼈을 때 새 일을 찾아 나섰고 지금의 KMI를 만났다.
김 소장은 지금껏 걸어오면서 '열정'과 '준비'만 있으면 성공은 늘 가까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열매는 사회의 구성원들과 나누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에 일과 봉사활동을 8대2로 배분하자고 마음 다잡고 있다. 물론 재단의 설립취지에도 수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봉사'의 실천으로 대구센터는 지난해 43명의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에 무료검진을 제공했고, 1천5백여만원을 들여 다문화가정 사진촬영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 소년소녀가장 응급구조 활동을 하고 조손가정, 모자가정 등에 연료비 지원을 하는 한편 지역 내 어려운 가정에 김장을 담가주기도 했다.
김 소장의 '봉사 바이러스'는 직원들에게 감염돼 전 직원 취미가 봉사활동이 되었고 '번개'도 봉사활동으로 한다고. 한 달 전에는 신문에 보도된 어려운 가정의 사정을 듣고 아침조회 시간 전 직원이 즉석에서 모금해 1백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가진 '긍정의 힘'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감성 경영'에서 '엄마 경영'으로까지 불리며 의료계 돌풍을 몰고 온 김 소장의 열정. 그 열정이 앞으로 사회를 좀 더 활기차면서도 따스하게 데울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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