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하나에 실낱같은 삶 부여잡고
10여년 전 이현미(가명·38·달서구 월성동)씨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에 구멍이 나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다"며 "2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얼마 못 가 세상에 유일한 피붙이였던 아버지는 200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더 살아서 뭐 하겠냐, 될 대로 되라'는 생각뿐이었던 이씨는 10년 넘게 생명을 유지하면서 "이제는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삶의 진리를 깨닫게 됐다"고 했다.
◆어린 가장=마흔이 넘은 나이에 이씨를 낳았던 어머니는 이씨가 네 살이 되던 무렵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씨는 외로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아버지마저 방광암에 걸려 쓰러졌다.
이씨는 졸지에 신문배달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소녀가장 노릇을 해야 했다. 방 한 칸 마련할 돈도 없어 여인숙에 기거했다.
이씨는 "신문지국에서 나이가 너무 어려 신문배달 일을 시킬수 없다고 했지만, 아버지 병원비를 벌어야 한다고 울며 매달려 겨우 일자리를 얻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실업계 야간학교를 다니면서, 낮에는 인형을 만드는 봉제회사에서 미싱공으로 일을 했다.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을까.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이상하다 싶었지만 아버지의 병을 간호하느라 미처 자신의 병은 모른 채 생계에만 매달렸다.
하늘은 무심했다. 겨우 한고비를 넘어섰다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다시 폐암을 얻었다. 작은 회사에서 일을 하던 이씨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여기저기 카드대출을 받아 병원비를 마련했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리고 그 무렵 이씨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아이젠맹거 증후군이라고 했다. 선천적으로 심장에 난 구멍을 치료하지 않고 오래 방치해 폐동맥 고혈압이 심해지면서 결국에는 수술도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이젠맹거 증후군이다.
◆편히 숨쉬는 것이 소원=이씨는 취재 중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다. 인공호흡기의 도움 없이는 잠시도 숨을 쉴 수 없는 그녀. 하지만 호흡기를 끼고 있어도 발작이 일어나기 일쑤다.
천천히 작은 목소리로 겨우 대화를 이어나가던 그녀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더니 결국에는 눈동자까지 멈춰 꼼짝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20분가량 사경을 헤매다 겨우 안정을 되찾은 이씨는 "하루에도 7~8차례씩 숨이 멎는 발작을 경험한다"고 했다. 숨이 멎을 때는 '이제 죽는가보다'는 생각밖에 없어 하루에도 수차례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간다.
현재 이씨는 매일 한 알 씩 비아그라 성분 약을 복용하고 있다. 한 알에 1만500원. 비용부담 때문에 하루 한 알을 쪼개 여러 번 나눠 복용해야 한다. 그 외에도 그녀에게는 호흡기로 들이마시는 앰풀 하루 7,8개와 또 다른 약 한 종류가 더 필요하다.
매달 들어가는 약값만 50여만원. 발작이 일어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최대한 약을 줄여 사용하는 금액이다. 한 달에 53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가 전부인 이씨의 수입으로는 도저히 약값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약만 충분히 복용하면 하루 발작 횟수를 1, 2회 정도로 줄일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약값이 한 달에 100만원이 넘어선다"고 했다.
그녀에게 유일한 희망은 심장과 폐 동시 이식. 하지만 비용이 5천만원이 넘게 소요되고 성공확률도 높지 않아 이씨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루하루 살아있는 것에 감사한다는 이씨는 "지금 행복하지만 단 하나 소원이 있다면 발작 횟수라도 줄일수 있게 충분히 약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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