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철인 마라톤으로 수행하고 자비 실천

입력 2010-01-15 07:29:32

불교사회복지유공자 표창 받은 진오 스님

구미역에서 자동차로 7분 거리에 위치한 마하붓다센터에는 '2009 불교사회복지유공자'로 보건복지가족부장관상을 받은 진오 스님이 있다. 진오 스님은 2003년 국제아이언대회에서 바다수영·자전거·마라톤 등 3종을 11시간27분(제한 17시간)에 주파, 국제철인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람들 앞에 맨다리를 드러내고 달리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또 다른 편견에서 벗어나 보자는 생각으로 마라톤을 시작했습니다."

1987년 예천의 공군부대 군법사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눈을 다쳐서 장애6급 진단을 받은 뒤 그는 다른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남을 위한 작은 일부터 실천하기로 했다. 처음(1998년) 그가 시작한 일은 '자비의 전화'를 통한 상담. 지금까지 20년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다 1999년 2월 구미 금오종합사회복지관이 문을 열자 치매어르신주간보호센터 '자비의 집', 구미학대아동그룹홈 '문수의 집', 구미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을 개설하면서 사회복지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과로가 겹치면서 건강에 이상이 와 2000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그다. 수영을 곁들이면서 건강을 회복하고서는 지금까지 장애아동들을 대상으로 수영을 배우게 해 건강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그의 '실천수행'은 이주노동자상담센터 '마하붓다센터', 김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경북여성긴급전화1366 등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 돕기로 확대됐다. 특히 피해 이주여성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죽향쉼터'는 자녀와 함께 온 21명의 여성들이 자립·자활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곳. 실제로 쉼터 입주 2년 만에 통역이나 외국어강사로 취업한 여성들이 수시로 들러 우의를 다지는 등 친정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외국여성과 결혼만 시킨다고 해서 다문화가정이 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을 복지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국의 언어·예술·문화를 한국에서 상호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다문화로 가는 길입니다."

동남아 이주노동자 10여명과 이주노동자 밴드 '다락'(多樂)를 결성, 자기 나라의 음악과 문화로 향수를 달래게 한 진오 스님은 올 3월에는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각국의 음식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아시안푸드전문점'을 구미역사 상가에 문 열 예정이다.

"아무리 문제가 있는 다문화가정이라도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자는 데는 부부간 이견이 있을 수가 없더라"면서 '다문화가정템플스테이'를 통해 한국인 아버지의 동참을 이끌어내 가정의 화목을 다지겠다는 복안도 가진 그는 "사회복지는 불가의 '인연'처럼 내 생에 필연인 듯하여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걸을 것"이라며 벙긋거린다.

허름한 승복에 회색빛 빵모자를 눌러 쓰고 쉼없이 일을 찾아내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진오 스님의 삶을 엿보노라면 도는 사슴의 발자국과 같아서 다가다면 또 다른 발자국이 흩어져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것임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장양숙 시민기자 fn3496@hanmail.net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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