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빙고에 얼음 채우는 장빙제 재현 볼만

입력 2010-01-14 14:24:49

17~21일 2010 안동 겨울 페스티벌

'아이들은 보물을 찾아 얼음속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얼음으로 만든 조각과 동굴은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터다. 한쪽에는 빙판에 구멍을 뚫고 얼음낚시로 빙어잡이에 나서고 갓 잡아 올린 빙어를 전통방식으로 구워먹는 체험객들의 입술이 시커멓게 그을린다. 축제장 건너편 암산 동굴 주변 산에는 길이 200m, 높이 20m 규모의 대형 인공 빙벽이 우뚝 서 있다.'

17일부터 21일까지 5일 동안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 미천과 암산유원지 일대에서 '2010 안동 겨울 페스티벌'이 열린다.

안동겨울페스티벌 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는 얼음속 보물찾기, 얼음조각 체험을 비롯해 겨울 별미인 빙어를 잡고 직접 구워먹는 빙어체험, 여름 별미인 은어를 보관하기 위해 석빙고에 얼음을 채우는 장빙제(藏氷祭)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된다.

이 밖에 팽이만들기, 제기차기, 연날리기 등 민속놀이와 얼음 숲과 조각공원이 조성돼 밤낮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안동 겨울 페스티벌추진위원회는 500여m의 미천과 앞'뒷산을 겨울축제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체험'관광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17일 오후 1시 마술과 대북'록 공연 등으로 개막될 이번 축제에는 다양한 '얼음 체험'과 '빙어체험', 장빙제, 각종 민속놀이 등이 마련된다.

추진위가 '얼음의 숲' '얼음 공원'은 동화속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숲과 오솔길, 얼음 등으로 꾸며져 아이들을 환상의 동화속으로 데려간다.

이곳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아름다운 추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얼음의 숲에서는 다양한 음악회 등 이벤트가 마련된다. 밤이면 이곳에 대나무 촛불이 등장해 얼음 조각품과 나무들이 조명을 받아 환상의 나라를 만들어낸다.

'빙어체험장'에서는 맑은 물 속에 풀어 놓은 빙어를 낚시를 이용해 직접 잡아, 곧바로 전통방식대로 구워먹을 수 있다. 게다가 얼음 속에 얼음낚시 도구를 전시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낚시 도구를 이용한 얼음낚시 체험이 가능하도록 한다.

또 '얼음 체험장'에서는 얼음 속에 넣어둔 보물을 녹여서 찾아내는 이벤트가 열리고 얼음 조각가와 함께하는 얼음 조각체험, 썰매를 만들어보고 썰매와 스케이트가 앞으로 나가는 원리를 알아보는 썰매 체험, 팽이를 만들어 직접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도전! 세계최고 팽이 돌리기', 가족이 함께하는 인간 컬링대회, 얼음판 위에서 참가자들이 동서로 나뉘어 벌이는 '얼음판 줄다리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이 밖에 16일에는 선조들이 여름철에 사용하기 위해 얼음을 채빙해 석빙고(石氷庫)에 보관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장빙제'행사가 겨울 축제장과 안동 석빙고에서 재현된다.

안동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단장 고영학)이 2002년부터 열고 있는 장빙제는 ▷안동 남후면 암산리 미천 강바닥에서의 채빙(採氷) ▷소달구지와 어깨목도를 이용한 운빙(運氷) ▷안동댐 인근 석빙고(보물 305호)에 채워 넣는 장빙(藏氷) 순으로 진행된다.

장빙제 재현을 위해 안동 석빙고 보존회 회원들은 이달 5일부터 광음리 암산스케이트장 인근에서 옛날 빙고부역의 애환을 체험하며 매일 강얼음을 채취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업단은 이날 오전 선조들이 쓰던 톱으로 강바닥에 꽁꽁 얼어붙은 얼음을 자르고 소달구지를 이용해 안동댐으로 옮긴 뒤 노역꾼들의 목도로 석빙고에 채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채빙 행사는 풍물패의 신명나는 길놀이 속에서 반달모양의 대형 톱으로 강얼음 자르기, 꼬챙이로 얼음 끌어올리기 등으로 펼쳐진다. 운빙 행렬은 풍물패의 길놀이와 어우러져 안동 석빙고 입구까지 간 뒤 선성현 객사에서 겨울에 날씨가 춥지 않아 농사에 지장을 받거나 얼음이 얼지 않을 때 하는 사한제를 지낸다. 사한제는 조선시대 성종 6년과 영조45년에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고영학 단장은 "빙고에 얼음을 채우는 장빙 제도는 삼국사기에 지증왕 6년(505) 국가가 빙고를 관리하고 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봐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며 "장빙제는 채빙 노역을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이 많아 '빙고과부'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고 말했다.

겨울 페스티벌 추진위 관계자는 "지구 온난화로 겨울다운 겨울을 맛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겨울을 즐길 마음만 있으면 참가할 수 있는 축제"라며 "각종 겨울 체험과 민속놀이, 장빙제 등 겨울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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