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연근(蓮根)'연씨(蓮子肉)

입력 2010-01-14 14:44:01

연꽃 하면 종교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도 청정함을 잃지 않는 고귀한 자태로 은은한 향기를 풍긴다. 불가에서는 부처님의 탄생을 알리려고 연꽃이 피었다고 전하며, 속세에 물들지 않은 청정무구한 마음을 연꽃에 비유해 왔다. 연꽃이 자라는 연못이 극락세계라고 여겨 사찰 경내에 연못을 만들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여름철 연못에 연꽃과 녹색의 연잎이 어우러진 풍광을 바라보면 마음 한쪽이 차분해지면서 경건해지는 느낌이 든다. 연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수채화와 같다.

연은 웰빙 바람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식용과 약용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대구 인근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데 최근 반야월이 전국 주산지로 각광받고 있다.

◆꽃'잎'열매'뿌리 버릴 게 없어

연의 원산지는 인도와 이집트이며 중국의 호남성과 복건성이 주산지이다. 연은 수련과 식물로 꽃잎과 잎사귀, 열매와 뿌리를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한다. 찻잔에 끓인 물을 붓고 꽃잎을 몇 장 띄우면 향이 은은한 연꽃차가 된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사찰에서 주로 마신다. 연잎은 외상을 입었을 때 사용한다. 연잎을 찧어 상처 부위에 바르면 타박상과 어혈(타박상 따위로 살 속에 피가 맺힘)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연의 열매는 한약재로 연자육(蓮子肉)이라고 한다. 가을철에 연밥이 성숙한 것을 채취해 종자를 빼내 건조한다. 뿌리는 한약재로 우절 또는 연근이라고 부른다. 가을과 겨울에 캐 잔뿌리를 제거하고 씻은 후 말려서 사용한다.

한의학에 따르면 연자육은 맛이 달고 떫으며 성질은 평하며 독이 없다.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뛰며 불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와 위장 기능이 허하여 장기간 설사가 멈추지 않는 경우에 쓴다. 그리고 신장기능이 허하여 대하(帶下)가 있을 때 사용하는 약재이다. 특히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스트레스와 신경과민, 우울증, 밤잠을 설치는 등 신경이 예민한 현대인들에게 응용할 수 있는 약재이다.

연자육에는 전분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주요 영양소와 철분, 칼슘, 인 등이 골고루 들어 있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그래서 연자육은 성장 발육기의 어린이는 물론 노인, 허약자, 환자에게 좋다. 특히 기억력을 높여주고 머리 회전력을 높여 치매예방 효과도 있으며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붙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배가 더부룩하거나 대변이 굳거나 변비가 있는 경우는 좋지 않다.

◆신경 예민한 현대인에게 좋아

한의학적으로 연근은 맛은 달면서 떫고 성질은 약간 차다. 지혈시키는 작용이 있으면서 약의 효력이 부드러워 각종 신체 내의 출혈에 상용한다. 신체 내부의 열을 내리며 어혈을 흩어주고 주독을 풀어주고 갈증을 멈추게 한다. 또 외상으로 생긴 출혈 상처에 찧어 붙이면 지혈과 소염작용이 있다. 특히 소양인에게 좋은 약재이다.

연근에 열을 가하면 흰색에서 보라색으로 바뀌고 성질도 따뜻하게 바뀐다. 그래서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고 오장을 보하는 작용을 한다. 약리학적으로 연근에 들어 있는 아스파라긴산은 피로를 가져오는 물질인 암모니아를 분해하여 제거함으로써 피로가 심할 때나 스태미나가 부족할 때 좋다.

연근은 탄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조직의 궤양이나 체내의 출혈을 억제하고 지혈하는 작용을 한다. 연근을 얇게 자르면 끈끈한 점액성 물질인 뮤신이 나온다. 이것은 단백질과 녹말의 소화를 도와주고 위벽을 보호하며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

그리고 연근은 정신적으로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아 설사와 변비를 반복하는 사람이나 신경을 많이 쓰고 코피가 자주 나는 수험생, 출산 후 관절이 쑤시는 임산부 등에 도움을 준다. 급성 상기도 감염 환자나 임신부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 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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