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풍부한 광천수, 수돗물 잣대 들이대 오염물질로 분류
미네랄(mineral)은 무기염류(無機鹽類)로 번역된다. 광물질(鑛物質)이라고도 한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과 함께 5대 영양소의 하나로, 인체 내에서 여러 가지 생리적 활동에 참여한다. 칼슘(Ca)·인(P)·칼륨(K)·나트륨(Na)·염소(Cl)·마그네슘(Mg)·철(Fe)·아이오딘(I)·구리(Cu)·아연(Zn)·코발트(Co)·망가니즈(Mn) 등이 미네랄이다. 사람에게 이 미네랄은 미량으로도 충분하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로 섭취가 부족하면 각종 결핍증이 생긴다. 칼슘이 부족하면 구루병이 생기거나 근육운동의 부조화가 일어난다. 또 나트륨이 부족하면 신경에 이상이 생기고, 망가니즈 부족은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철, 구리, 코발트 섭취가 부족하면 빈혈이 생길 수 있다.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된 물이 미네랄워터다. 내추럴미네랄워터는 퍼 올리기만 할 뿐 정수 처리 등 가공하지 않은 미네랄워터(광천수)다. 대구 지하에 있는 물은 질 좋은 내추럴미네랄워터(천연광천수)가 된다. 물만 많이 마셔도 인체에 미량 필요한 미네랄을 대부분 습취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미네랄이 오염 물질로 푸대접 받고 있다. 수돗물 우선 정책의 결과다. 오염된 강물 등 지표수를 정수 처리해 수돗물로 국민에게 공급하는 시스템이라 물속에 영양소가 너무 많으면 안 된다. 영양소가 많다는 것은 바로 오염원에 많이 노출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내추럴미네랄워터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물론 식품 관련법에서는 무기염류를 영양소로 보고 권장 섭취량과 영양소 기준치를 정해놓고 있다. 같은 물질을 두 개의 법에서 다르게 보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인식에 따라 매일신문, 대구방송, 대구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공동 추진하고 있는 '동네우물되살리기'를 둘러싼 논란이 11일 벌어졌다. 2015년 세계물포럼 대구경북유치위원회 위원 위촉식에서 한 참석자가 문제 제기했다. 풍부한 미네랄 때문에 경도가 높다고 대구 지하수가 프랑스 에비앙보다 더 우수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등 동네우물되살리기 팀은 올해 만들 35개 동네우물에 대한 예비검사 결과 에비앙보다 훨씬 우수한 지하수가 대구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도(硬度) 기준 없애야= 먹는물관리법은 먹는물의 수질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미생물 ▷건강 유해 영향 무기물질과 유기물질 등 다양한 기준이 있다. 경도 기준도 있다. 수돗물 등 먹는물은 300mg/l, 판매용 생수 등 먹는샘물은 500mg/l, 먹는해양심층수는 1천200mg/l 경도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샘물은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먹는샘물의 경도도 당초 수돗물과 같은 300mg/l였으나 먹는해양심층수 경도를 정하면서 높였다. 샘물을 판매용으로 만든 먹는샘물의 경도 상한을 정해놓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나라가 법 체계를 모방한 일본조차 경도 기준이 없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06년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 경도·냄새·맛·색도에 대한 기준을 없애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보고서는 대신 납 비소 등 중금속과 우라늄 등 방사성물질, 소독 처리 부산물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의 기준은 강화하거나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먹는샘물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세계적 기준과 맞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그러나 이 연구보고서를 일부 인용했을 뿐 지금까지 못 본체 하고 있다.
경도 상한을 규정한 데는 환경부의 정책적 판단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유럽의 고경도 생수가 대량 수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도 상한을 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제 환경이 바뀌고 있는 만큼 이젠 경도 상한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 먹는물관리법에는 미네랄워터(광천수), 내추럴미네랄워터(천연광천수)란 개념이 없다. 먹는물, 먹는샘물, 샘물, 먹는해양심층수로 나눈다. 수돗물은 먹는물, 가게에서 파는 생수는 먹는샘물, 지하수는 샘물이 된다.
물은 모두 다르다. 통칭 건강에 좋은 물도 있고, 소화를 촉진하는 물, 유아에게 좋은 물, 살이 빠지게 하는 물, 정자 수가 늘어나는 물 등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그러나 판매하는 생수일지라도 미네랄의 구체적 성분을 표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소백산수 삼다수 석수 순수수 등 상표만 표시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미네랄 성분이 아니라 인기도나 값으로 생수를 선택할 뿐이다. 소비자 주권 침해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유럽연합과 영국, 프랑스는 우리와 다르다. 천연광천수 상표에 각종 정보를 표현토록 허용해 소비자의 선택을 돕고 있다. 유럽연합과 영국은 조건만 맞으면 ▷광물질이 풍부한 ▷중탄산을 함유한 ▷황산이온을 함유한 ▷칼슘을 함유한 ▷철을 함유한 ▷새콤한 ▷소다의 ▷유아식의 준비에 적당한 ▷이뇨가 되는 천연광천수 등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프랑스 천연광천수도 이와 비슷하다. ▷불소를 함유한 ▷나트륨 절제 식이요법에 적당한 ▷소화를 촉진하는 ▷간-담즙의 작용을 용이하게 하는 천연광천수가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황산이온을 함유한 천연광천수'의 경우 황산이온이 200mg/l가 넘어야 한다. 하지만 황산이온을 오염물질로 보는 우리나라는 수질 기준에서 황산이온이 200mg/l 이하가 돼야 한다. '염소이온을 함유한 천연광천수'도 염소이온이 200mg/l를 넘어야 표기 가능하나 우리나라 수질 기준은 250mg/l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수돗물 우선 정책이 만들어낸 모순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성익환 박사는 "한-EU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앞 둔 상태인 만큼 천연광천수에 대한 표기도 유럽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건강에 유익한 황산이온, 염소이온, 중탄산이온, 나트륨이온, 총용존고용량(TDS)을 먹는샘물에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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