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에 볼멘소리. 세종시 수정안 수도권 집중화 더 부채질 우려
"대구경북이 대기업이나 글로벌기업을 유치하려면 세종시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이 지방 투자를 해야 한다면 서울과 가까운 세종시를 두고 굳이 대구에 오겠습니까?"
13일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발 먹구름으로 잔뜩 흐려진 지역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 회장은 "대구경북이 고립되는 느낌이다. 세종시가 수정안대로 조성되면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며 "일본도 수도권 집중화가 심한 나라지만 우리나라보다는 덜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세계 500대 기업에 드는 기업이 70여개쯤 되는데 이 중 20여개는 각 지방에 흩어져 있습니다. 미국은 500대 글로벌 기업에 속한 112개 기업이 각 주에 골고루 분산돼 있죠. 우린 어떻습니까? 500대에 드는 국내 14개 기업 중 포항에 있는 포스코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이 회장은 평소 성격대로 또박또박 점잖게 말을 이어갔지만,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산업단지 등을 지정만 하면 역할을 다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지정'만으로는 지역경제 살리기나 국가균형발전이 되는 게 아니다"며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은 2003년에 지정됐는데,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대기업에 당근(?)을 주지 않으면 지방에 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종시에 대기업 유치를 위해 정부가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낙담하거나 정부와 정치권의 도움만 기다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 "대기업이 기업하기 좋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투자를 꺼립니다. 저도 서울에서 기업을 한다면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대기업 유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만 높여서는 안 됩니다. 정부도 대기업의 지방 이전을 위해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하지만, 지방에서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 회장은 대기업 유치 대상 1호를 '삼성'으로 꼽았다. "세종시에 삼성이 투자한다는 것은 단순한 대기업 유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국내외에서 글로벌기업 삼성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움직이면 다른 대기업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반드시 대구에 유치해야 합니다."
그는 또 "세종시 수정안 자체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고 실리는 찾아야 한다"며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복수 지정했듯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복수 지정을 요구해 우리 지역도 선정되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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