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시를 수도권만 키우는 '괴물'로 만들려 하는가

입력 2010-01-13 11:07:52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하려는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 친이계 등의 공세가 거세다. 대통령이 시도지사를 청와대로 불러 설득에 나서는가 하면 정부는 전국 혁신도시에도 세종시와 같은 혜택을 준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수정안 밀어붙이기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올인하는 수정안대로 세종시가 완공되는 2020년, 세종시는 어떤 모습이 될지 한번 생각해 보자. 정부가 앞장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기업'대학 등을 몰아주고 파격적인 혜택에 지원까지 함에 따라 세종시는 인구 50만 명을 거느린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10년 후 세종시가 수도권 강화라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경기에다 세종시가 있는 충남이 모두 거대 수도권으로 묶여 전체 국토에서 수도권 범위만 넓히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큰 것이다. 수정안대로라면 수도권보다는 충청권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이 주로 세종시에 유입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서울의 인구나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또 다른 도시인 세종시가 만들어진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서울과 세종시를 KTX로 1시간 이내에 오갈 수 있게 되는 것도 세종시를 통한 수도권 확대를 부채질할 것이다.

정부 수정안대로 세종시가 만들어진다면 세종시는 수도권 확대의 앞잡이 역할만 할 뿐 국가 균형 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란 세종시의 애초 목적은 달성하기 어렵다. 수도권이 가진 기득권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세종시를 만들어야지, 다른 지방의 몫을 빼앗고 피해까지 주는 방식으로 세종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퍼주기를 방불케 하는 특혜 부여로 수도권 확대만 부채질하는 세종시 조성도 결코 옳지 않다. 세종시가 태어나게 된 까닭을 면밀하게 따져보고 수정안이 거기에 얼마나 합당한가를 살피는 게 이 시점에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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