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생각 열린 교육]한글과 책읽기

입력 2010-01-12 08:35:00

'칼비테 영재 교육법'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인간의 능력은 결정적 발달 시기가 있으며 이 시기에 발달의 기회를 주지 않으면 그 가능 능력의 실현 비율이 극히 낮아진다고 한다. 이를 '가능 능력 체감의 법칙'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100의 가능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방치해 놓을 경우 5세가 되면 가능 능력은 80으로, 10세가 되면 60으로, 15세가 되면 40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따라서 부모들은 반드시 아이들의 발달 시기에 맞는 적기 교육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 책읽기 교육의 결정적 시기는 생후 2년 6개월 전후부터라고 한다. 이 시기부터 음성 언어에 의한 의사소통을 거의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부모를 통해 자연스럽게 책읽기를 배운 아이들은 자신들의 가능 능력을 100% 꽃피우게 된다. 책을 읽는 속도와 함께 내용에 대한 이해 속도가 빨라진다. 많은 책 읽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몰입'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몰입' 경험은 특정 분야의 영재성으로 발전하며 이 영재성은 학교에서의 학습 능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반면 그 시기가 늦어질수록 가능 능력은 낮아진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부모가 책을 읽어 준 아이들은 평생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책읽기 교육을 시작하면 적어도 5년 정도의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너무 일찍 책읽기를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과연 책의 내용을 어린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는 한글이라는 최상의 문자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3세 때부터 책을 읽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다. 미국은 6세, 핀란드는 8세에 읽기 교육을 시작한다고 한다. 중국은 문자가 어려워 5·6학년의 읽기 수준이 한국의 1·2학년 수준과 비슷하다고 한다. 일본도 음독과 훈독의 이중적 해석으로 조기 책읽기 교육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책을 많이 읽어 주면 아이들이 36개월 전에 한글을 깨우치고 이후부터는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 자녀 교육에 성공한 부모들을 자주 만난다. 다른 아이들이 학원 버스를 타고 늦은 시간까지 학원을 전전하고 있을 때, 그들은 자녀와 함께 집에서 과일을 먹고 대화를 나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다. 이렇듯 책읽기 교육은 우리나라의 심각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프로그램이며, 2세들을 진정한 영재로 만들 수 있는 국가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그렇다. 지금 바로 아이들의 가능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실천하자. 우리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감소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책을 읽어 주자. 손에 학습지 대신 책을 들려주자. 한 국가의 운명은 정치인이 아니라 책 읽어주는 어머니의 손에 달려 있다. 한 아이의 능력은 유아기에 가정에서 책을 읽어 주는 바로 거기에서 씨앗이 뿌려진다.

한원경(대구시교육청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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