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레시피]왕따 경험과 칠리소스 새우튀김…차현식 호텔 인터불고 총주방장

입력 2010-01-09 07:13:13

차현식 호텔 인터불고 총주방장이 동아요리학원에서 요리를 배우는 다섯명의 조리사 지망생들에게 중국식 칠리소스 새우튀김을 만드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차현식 호텔 인터불고 총주방장이 동아요리학원에서 요리를 배우는 다섯명의 조리사 지망생들에게 중국식 칠리소스 새우튀김을 만드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완성된 중국식 칠리소스 새우튀김.
완성된 중국식 칠리소스 새우튀김.
차현식 호텔 인터불고 총주방장.
차현식 호텔 인터불고 총주방장.

맛있는 음식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시대, '요리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입이 즐거워야 대화도 술술 풀리듯 사랑하는 이와 만날 때도 좋은 요리를 추천해야 진도가 척척 잘 나간다. 맛집 추천이 곧 상대에 대한 배려가 되는 셈.

덩달아 특급 조리사들도 선망받는 직업으로 떴다. 버즈 알 아랍 호텔 수석주방장 출신으로 신세대 특급조리사의 키워드가 된 에드워드 권(본명 권영민)은 이미 공중파에서도 스타급 대접을 받고 있다. 조리사 지망생들은 너도나도 "에드워드 권처럼 되고 싶다"고 소망한다. 허영만의 만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 '식객'(食客)도 요리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이젠 주방장, 요리사, 조리사가 아닌 원어 그대로 '셰프'(chef)다. 흰 조리복에 왕관처럼 높은 흰 모자를 쓴 셰프. 한식·일식·양식·중식·제과 등 각 분야마다 최상의 셰프가 있다. 예전엔 '멋있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멋진 직업'이다.

요리학원에는 중·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 등 셰프의 인생을 꿈꾸는 이들로 넘쳐난다. 이런 열풍을 등에 업고 매일신문에선 신년특집 시리즈로 지역의 특급 조리사들과 조리사 지망생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셰프는 간단한 요리 한가지와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얘기하고, 지망생들을 묻고 배우고 깨닫는 시간이 됐다. 시리즈 첫번째로 대구의 유일한 특급호텔인 호텔 인터불고의 차현식 총주방장과 동아요리학원 조리사 지망생들이 만났다.

◆'첫 직장 왕따'가 인생 자극제

호텔 인터불고 총주방장이자 인터불고 푸드 대표이사인 차현식(47)씨는 4일 오후 자신을 찾아온 동아요리학원 조리사 지망생들에게 호텔 인터불고 요리를 총지휘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을 풀어냈다. 동아요리학원에서는 조우현(경상고 3년)·마문기(경상고 3년)·이현태(경북공고 2년)군과 서유진(대학입학 예정)·박세희(경덕여고 3년)양이 왔다. 이들은 '호텔 인터불고 총주방장은 이런 분이었구나!'라며 신기한 듯 쳐다봤고, 어떻게 이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물었다.

차 총주방장은 "25년 요리인생은 지긋지긋한 가난 탈출과 살기 위한 처절한 생존게임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텨냈다. 때문에 조리사 지망생들에게도 재능보다 '인내와 끈기'를 강조했다.

첫 직장은 구미 금오산 관광호텔. 경찰이 되고자 했던 그에게 주방에서 하루종일 그릇이나 닦고 있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열심히 하고자 했으나 마음뿐. 힘든 일을 술로 달래려다 지각하고 사고를 치는 등 직장에서 완전히 따돌림을 당했다. 강제퇴사를 당하고 나니 가장 먼저 생각났던 건 어머니. 그는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고 자책했고, '조리사로서 반드시 성공하겠노라'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이 다짐은 차씨를 완전 돌변하게 만들었다. 이후 대구 수성호텔-동인호텔을 거치면서 대구에서는 인정받는 조리사가 돼 있었으며, 또래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드러냈다. 그리고 1990년 파크호텔로 옮겨온 이후 호텔 인터불고-파크호텔 조리사 20년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총주방장이 된 건 8년 전이었고, 권영호 회장은 4년 전 그에게 인터불고 푸드 전체를 맡겼다.

박세희양은 "저는 꿈이 더 크다"며 "제 이름 석자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를 원하기 때문에 꼭 유명한 셰프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마문기 군도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다양한 요리를 많이 해주셨는데 제가 요리로서 뭔가 꼭 이뤄낼 것"이라고 꿈을 밝혔다.

◆중국식 칠리소스 새우튀김

차 총주방장은 이날 조리사 지망생들을 위해 '중국식 칠리소스 새우튀김'을 선보였다. 가정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다. 먼저 새우는 껍질을 떼어내고 등을 반으로 가른 후 못 먹는 부분을 제거했다. 밀가루 6큰술, 감자전분 3큰술, 달걀 1개, 물 40㏄를 섞어 튀김옷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튀김옷을 입힌 새우를 약 200℃의 기름에 튀긴 뒤, 낮아진 기름 온도를 다시 높여 2차 튀김을 했다.

그는 새우를 튀기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바삭하기보다 부드럽게 튀기는 것이기 때문에 튀김옷은 밀가루와 감자전분을 2대 1 비율로 섞어야 한다고 요리 포인트를 귀띔해줬다.

중국식 칠리소스를 만드는 방법은 다소 복잡했다. 다진 마늘 1큰술, 잘게 썬 파 2큰술을 넣고 볶다가 물 150~200㏄를 넣어 끓인 후, 설탕 3큰술, 토마토 케첩 2작은술, 식초 1큰술, 중국식 된장 1작은술을 넣고 끓인다. 이후 녹말물 3큰술로 농도를 맞춘 뒤, 흰 후춧가루를 약간 넣으면 완성.

잘 튀긴 새우에 완성된 칠리소스를 살짝 뿌려주면 호텔에서 먹는 중국식 칠리소스 새우튀김이 완성된다. 차 총주방장은 "새우를 튀기는 방법 한가지만 해도 스스로 연구하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는 가운데 다수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자신만의 비법을 터득하게 된다"며 자신이 직접 시범을 보인 새우튀김을 조리사 지망생들이 맛보도록 했다.

그는 또 "요리는 화려하게 보이지만 그 달콤함 이면에는 엄청난 고통과 인내가 필요하다"며 "조리사의 세계는 '군기'도 세서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선 힘들고 처절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조언을 들은 다섯 조리사 지망생들의 눈빛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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