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7년)나 '여인의 향기'(1992년)처럼 영화 내용과 달리 감이 안 잡히는 제목들이 간혹 있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1982년)도 그런 영화 중 하나다.
잭 니콜슨과 제시카 랭의 피부를 돋게 하는 서늘한 연기가 일품이었던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이하 '우편배달부')는 비극으로 치닫는 욕망의 이중주를 그린 작품이다. '포크로 으깨고 싶은' 입술을 가진 유부녀와 영혼까지 빨아버릴 것 같은 떠돌이 남자의 불륜과 치정, 살인이 얼마나 치닫는지 목구멍 깊숙이까지 턱턱 갈라지게 만드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 당시 제목을 두고 말이 많았다. 전국의 우편배달부가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런 천박하고 야한 영화에, 더구나 우편배달부가 나오지도 않는데 이런 제목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임스 M. 케인의 원작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에 충실하게 '우편배달부'를 '포스트맨'으로 바꾸고서야 겨우 개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두 번 울릴까? 벨이 한번 울리는 것과 두 번 울리는 것의 차이는 뭘까?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 거칠고 야성적인 성격의 떠돌이 프랭크 챔버스(잭 니콜슨)가 식당겸 주유소인 '트윈 오크'에 들른다. 시카고로 가는 길이었던 그는 밥값 대신 정비공으로 일하게 된다.
프랭크는 주인의 젊은 아내였던 코라(제시카 랭)를 보고 한 눈에 반하고, 늙은 남편에게 싫증난 코라도 저돌적인 그에게서 묘한 일탈의 욕망을 느낀다. 주인이 시내로 외출한 사이 프랭크는 코라와 관계를 맺는다. 밤마다 은밀한 만남을 계속하던 둘은 남편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포스트맨'은 미국 속어로 '바람둥이'를 뜻한다고 한다. 프랭크가 늘 벨을 두 번 울려 코라를 부르니, 자연스럽게 '프랭크가 울리는 불륜의 벨소리'로 이해될 수 있겠다.
영화 속 식당은 '트윈 오크'다. 두 번의 남편 살해 시도, 프랭크가 울리는 두 번의 벨소리, 끝으로 치닫는 두 번의 욕망. 2는 선과 악, 흑과 백, 음과 양, 표면과 이면을 구분하는 숫자다. 1은 지순지고한 숫자다. 2는 1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을 뜻하고, 또 타인을 소유하려는 갈망도 뜻한다.
남편을 살해한 둘은 마침내 결혼한다. 재산도 얻고, 사랑에도 눈을 뜬다. 그러나 운명은 그들을 호락호락 놔두지 않는다. 귀가길 키스를 하면서 한눈 파는 사이 둘은 교통사고를 당한다. 과거 그들이 행한 것처럼 코라는 길거리에서 죽는다. 두 번째 벨소리에 모든 것을 건 그들은 결국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게 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 종말을 고한다. '뒤틀린 욕망의 변주곡'은 그들에게 세 번째 벨소리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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