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현대 일본바둑이 한국대중들에게 전파되던 사카다 에이오 명인의 시대에는 40세가 되기 전에 명인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진정한 명인이 되기 위해서는 바둑의 기술이나 정열뿐 아니라 인격이 무르익어 사물의 이치를 잘 알 수 있는 40대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대회 첫 타이틀인 응창기배 챔피언이 된 천하의 조훈현이 1990년 당시 38세의 나이 때에 내제자인 16세의 이창호에게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창호라는 불세출의 천재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창호가 28세 되던 해에 국내 타이틀을 거의 모두 석권했을 때는 평론가들은 적어도 앞으로 10년 혹은 20년간은 아무도 이창호의 아성을 넘볼 자가 없을 것으로 얘기했다.
그러나 5년이 채 되지 않은 2005년 이창호가 31세가 되던 해에 10년 아래인 최철한에게 0대3으로 허무하게 지면서 국수 타이틀을 빼앗겼을 때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창호가 장가를 가지 않아서 그렇다고 이야기까지 했다. 그 후 이창호는 '천재 기사' 이세돌이 나타나자 결국 국내 랭킹 2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이창호의 나이가 35세밖에 되지 않았는데 신예들에게 번번이 타이틀을 빼앗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거기에 대한 대답은 2009년 11월 전주에서 열린 세계바둑학회에서 미국 스탠퍼드대 배태일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잘 나타나 있다. 통계에 의하면 현재는 기사의 나이 25세 때 실력이 최고점에 달하며 30세가 될 때까지 완만히 쇠퇴하다가 35세가 되면 급격히 쇠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에는 과거와 달리 챔피언이 조로(早老)현상에 빠지는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흔히들 아마 강자들이 신예 강자들에게 지고 나면 "요새는 책이 좋아서!"라는 농담을 하는데, 그것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노출된 정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에는 비장의 수를 배우기 위해서는 오직 소수의 스승들이나 가문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현대에는 모든 기사들의 기보나 수에 대한 정보들이 인터넷 혹은 TV에 노출되어 있다.
과거에는 경험적인 요소가 가장 중요했지만, 많은 정보가 노출된 현대에는 체력이나 투지, 지구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늘날에는 40세 이하에서 명인은 불가능하다는 말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이재윤 한국바둑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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