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Why?]앙리 루소-깜짝이야!

입력 2010-01-07 14:18:11

'폭풍 피해 고개 숙이고 있는 호랑이'우화적 묘사

작 가 명 :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

제 목 : 깜짝이야! (Surprise!) 혹은 열대 폭풍우 속의 호랑이

연 도 : 1891년

크 기 : 130.0x162.0cm

재 료 : Oil on Canvas

소 장 처 :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The National Gallery, London)

경인년의 밝은 햇살과 함께 호랑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2010년의 새해를 힘차게 열었다. 역술가들이 말하기를 호랑이해인 올해는 황금돼지해 못지않게 좋은 기운이 가득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정초에 호랑이 그림을 대문에 내다붙이거나 부적에 그려 간직하기도 하고, 조정에서는 쑥범(쑥으로 만든 범)을 만들어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무관의 관복에 용맹의 표상으로 호랑이 흉배를 달아주기도 했다.

그리고 민화에 흔히 등장하는 까치와 호랑이 그림은 새해에 좋은 소식만 오라는 의미로 정초에 민가에서 즐겨 선물했던 대표적인 그림이다. 호랑이는 나쁜 귀신을 막아주고 착한 이를 도와주는 영물로 여겨져 정초에 붙이는 세화로 널리 사용되었다.

한편 서양에서도 호랑이가 그림 속에 등장하는 예를 간혹 찾아 볼 수 있다. 현대에 있어 '원시적 예술의 아버지'라 불렸던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1844~1910)의 대표작인 이 그림 '열대 폭풍우 속의 호랑이'(혹은 깜짝이야!)는 루소의 '정글 연작'에 속하는 작품으로, 폭풍을 피해 고개를 낮게 숙이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을 우화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 대부분은 야수들끼리 투쟁하고 이를 쫓는 인간의 모습들이 담긴 정글 세계의 모습들이 작품 속에 담겨져 있다.

그의 그림 속 숲에서는 항상 목숨을 건 동물들의 생존투쟁이 벌어지고, 이러한 긴장된 모습들은 도시인들의 생활에서 모티브를 얻은 풍경일 수도 있고, 상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신비스러운 꽃들의 만발과 밝은 햇빛 아래 흐르는 침묵의 세계는 자연의 오묘함을 실감하게 하여 원시림에 대한 동경과 공포심을 배가시켜 주고 있다.

이처럼 서양의 그림 속에서 호랑이는 죽고 죽이는 맹수로 표현되어지는 것에 반해 우리의 민화 속 호랑이는 친숙하고 우스꽝스러운 동물로 표현되어져 있어 강한 대비감을 주고 있다. 이러한 시각적 차이는 자연을 바라보는 동'서양 미학의 구조적 차이로 보아도 무관할 것이다.

루소의 또 다른 작품 '호랑이에게 공격당하는 정찰병'은 처절한 긴장감과 함께 역동적인 동세에서 오는 순간포착이 선연하게 전해주고 있으며, '배고픈 사자'를 통해 전해주는 자연의 약육강식의 원칙 역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맹수 호랑이의 용맹성과 단군신화에서 비롯된 인간과의 친숙함은 이 시대 우리가 모두 취해야 할 두 가지 덕목일지도 모른다.

김태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