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유언이라 해서 모두 유언이 아니다

입력 2010-01-07 11:12:32

자필증서, 작성연월일'주소'이름'날인 있어야 효력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준비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엔 이른바 '유언 사이트'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죽음을 앞두고 남긴 말'이라고 해서 전부 유언이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임종 때, 자식들 모아놓고 하신 말씀이면, 그게 유언이지 뭐 별 게 있는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민법은 유언으로 재산처분의 자유를 인정하는 대신 '반드시 5가지 방식 중 하나를 따라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분명한 유언 때문에 가족끼리 법적 분쟁으로까지 확대되는 사례가 적잖은 요즘, 한번 쯤 귀 기울여 들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유산이 많은데다 자식들까지 많은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가장 간단하고 접근이 쉬운 방식을 원한다면 '자필증서' 유언이 있다. 말 그대로 자신의 필체로 직접 유언장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유언장은 증인이 필요 없고, 만 17세 이상이면 누구나 종이 한 장과 볼펜 하나만 있으면 작성할 수 있다. 다만 작성 연월일, 주소, 이름을 쓰고 날인을 해야 하는데, 그 중 한 가지라도 빠지면 무효이다. 특히 자필이 절대적 요건이어서 다른 사람이 대필하거나,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면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인으로서 이러한 다섯 가지 요건을 전부 갖춘 완벽한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 자체가 일단 쉽지 않고, 작성했다 하더라도 유언자가 죽은 후 진위논란이 있을 경우 필적감정 등 복잡한 절차를 또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필자로서는 아예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권하고 싶다.

물론 일부러 시간을 내서 증인 두 사람을 데리고 신분증까지 챙겨 공증인 사무실로 가는 일이 번거로울 수 있지만 유언자가 사망한 후에 불분명한 유언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끼리 다툼이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그 정도의 수고는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닐지 모른다.

박정호 변호사 lawmeo@korea.com 053)215-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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