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 7.4 약알칼리성에 무균…건강음료로 최적의 조건
대구시민들이 대구 지하수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어떨까? 냄새 나는 더러운 물, 허드렛물, 대림생수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잘 개발해야 목욕물, 오염 상태가 심각한 물…. 비단 대구시민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갖고 있는 지하수에 대한 생각일 게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시작된 '수돗물 우선 정책 100년'이 만든 일종의 '잘못된 고정관념'이라 할 수 있다.
매일신문과 대구방송, 대구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공동으로 '동네우물 되살리기'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말 대구에 그렇게 미네랄이 풍부한 지하수가 있느냐"며 의아해하는 독자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 지하수에 대한 '상식'(?)을 송두리째 뒤집어 '못 믿겠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건강에 좋은 약알칼리성
대구 지하수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건강에 좋은 약알칼리성으로 질 좋은 천연광천수(天然鑛泉水)'라 정의할 수 있다. 이는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가 동네우물 개발을 위해 선정한 35개소의 지하수를 전문기관에 의뢰해 예비검사한 결과다. 본부 관계자조차 '놀라운 결과'라 했다.
약알칼리성은 보통 수소이온농도(pH) 7.1~8.0 미만. 그 가운데 pH 7.4 안팎의 천연광천수를 최고의 물로 친다. 사람의 혈액은 pH 7.4. 이 혈액의 94%가 물이라 어떤 물을 마시느냐에 따라 혈액을 맑게 하느냐 탁하게 하느냐를 결정한다. '생명은 피 안에 있다-혈액과 물과 공기'(배문사 간)의 저자 주기환 박사는 "알레르기 편두통 위산과다증 위십이지궤양 만성피로 관절염 변비 신경통증 통풍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질병은 지속적으로 혈액의 pH와 비슷한 미네랄워터만 제대로 마셔도 개선된다"고 밝혔다.
대구 지하수는 35개 지점 예비검사 결과 대부분 pH가 7.4 안팎이고 3군데만 중성(7.0) 또는 약산성(6.9, 6.6)으로 나타났다. 중성 또는 약산성으로 조사된 지점도 기본실시설계 후 정식검사를 하면 7.4 안팎이 될 것이란 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성익환 박사의 설명이다.
물 전문가들에 따르면 길어 마시는 지하수는 대장균 등 세균이 없다. 지표수에 있는 세균은 산소가 있어야 사는 호기성(好氣性)인데 지하에는 산소가 없다. 지하수에 살고 있을 수 있는 혐기성(嫌氣性) 세균은 길어서 산소와 접촉하면 죽어 버린다.
◆천연광천수
우리나라 먹는물관리법은 '먹는물'을 샘물, 먹는샘물, 먹는해양심층수로 구분한다. 수돗물도 먹는물인데 수도법이 규정한다.
여기에는 천연광천수, 곧 내추럴미네랄워터(Natural mineral water)란 용어가 없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마시는물(Drinking Water·수돗물 등)을 병물(Bottle Water), 미네랄워터(mineral water), 내추럴미네랄워터로 구분한다. 미네랄워터는 내추럴미네랄워터를 판매용으로 가공한 것이다.
대구 지하수는 '질 좋은' 내추럴미네랄워터(샘물)이고, 이를 판매용으로 처리해 생수병에 담으면 미네랄워터(먹는샘물)가 된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먹는물 구분의 정의부터 바꿔야 할 판이다.
◆풍부한 미네랄
물은 무색 무취한 액체이니 맛도 없을까? 그렇지 않다.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물과 부드럽게 느껴지는 물이 있다. 경수(硬水)와 연수(軟水)다. 경도는 물 1ℓ에 녹아 있는 칼슘(Ca)과 마그네슘(Mg)의 양. 보통 연수는 경도 0~75(㎎/ℓ), 약한 경수는 75~150, 경수는 150~300, 강한 경수는 300 이상이다.
수돗물은 대부분 연수이고 일본의 물도 대부분 연수다. 정수기로 정수한 물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경도가 제로(0)에 가깝다고 한다.
대구 지하수는 경도로 나눌 때 '강한 경수'에 속한다. 칼슘과 마그네슘의 함유량이 높고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서다.
◆퇴적암의 '비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대구의 지질은 대부분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퇴적암이다. 우리나라의 70%가 화강암이고, 제주도는 화산암이 넓게 분포한다. 충북 옥천 일대는 변성암 지대다. 대부분이 퇴적암으로 이뤄진 대도시는 우리나라에서 대구가 유일하다. 울산은 3분의 1 정도가 퇴적암 지대다.
대구의 지하수에 미네랄이 풍부한 이유는 퇴적암으로 설명된다. 화강암의 경우 암석의 종류가 균질해 지하수에 녹아 있는 미네랄도 한계가 있지만 퇴적암의 경우 켜켜이 쌓이기 때문에 지하수에 녹아 있는 미네랄의 종류도 다양하고 풍부해진다. '명품' 대구 천연광천수의 '비밀'인 셈이다.
실제 예비조사에서 대구 지하수는 프랑스 광천수인 에비앙에 맞먹고 몇몇 지역은 최고가로 팔리는 세계적 천연광천수에 견줘도 손색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돗물 우선 정책의 폐해
먹는물관리법은 천연광천수에 녹아 있는 칼슘 칼륨 나트륨 마그네슘 등 무기물질(미네랄)에 대해 '무해성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먹는샘물 고유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1일 생명 유지수로서 먹는샘물을 인정, '무기물질이 건강에 이롭다'고 긍정적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오염된 강물을 정화해 음용수로 공급하는 수돗물 우선 정책에 따라 각종 무기물질을 건강에 유익한 성분으로 보지 않고, 오염물질은 아니다 정도로 소극적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프랑스는 천연광천수를 건강에 이로운 물로 보아 별도의 법규로 '최고급의 물'로 인정하고 있다.
주기환 박사는 저서 '생명은…'에서 "미네랄워터만 제대로 마시면 모든 병이 나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균형 있는 음식과 적절한 운동은 하지 않고 물만 마시는 사람이 생길까봐 그렇게 얘기하지 않는다"고 조크했다.
'물의 도시 대구 만들기-동네우물 되살리기' 프로젝트팀은 계명대 동산병원과 함께 대구 지하수만 제대로 마셔도 많은 병이 개선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도 병행한다. 메디시티 대구에 어울리는 연구로 주목할 만하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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