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경인년(庚寅年) 범띠해다. 범은 용맹의 상징이자 인간의 도움을 받으면 은혜를 갚는 보은의 동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예로부터 범띠해에 태어난 사람은 명예와 권세가 뛰어나고 많은 이를 통솔하는 뛰어난 CEO형으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도 불구하고 범띠해를 맞아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아직도 '범띠나 말띠 여자는 팔자가 세다'는 속설이 있어 범띠해에 여자아이의 출산을 꺼리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2009 세계인구 현황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22명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낮았으며, 이러한 추세라면 2050년에는 4천830만명에서 420만명이 줄어든 4천410만명으로 전망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월간 인구동향'에서도 작년 9월까지의 누적 출생아 수는 33만8천7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출생아 수 35만4천842명에 비해 1만6천142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구는 누적 출생아 수가 1만4천900명으로 전년의 1만5천691명보다 791명이나 감소해 전국 평균보다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출산의 선행 요인이라 할 수 있는 혼인 건수도 계속 하락하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지난해 9월까지 전국의 혼인 건수는 22만3천40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23만6천851건보다 5.7%인 1만3천451건이 줄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미혼 남녀 4명 중 1명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실시한 '2009 전국 결혼 출산 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결혼 의사가 있는 남성은 75.7%, 여성은 73.1%로 2005년에 비해 3.8%가 감소했다.
매년 출산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세계 최하위권으로 처지면서 국가적 위기 의식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저출산의 주된 이유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자녀 교육 문제와 양육비 부담이라고 한다.
특히 중산층의 저출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자녀를 잘 키우려는 욕구는 매우 강하지만 이를 위한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워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그동안 출산장려금 지급, 육아 휴직 제도, 다자녀가구 학비 지원 확대 등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쳐 왔으나 이는 저소득층 위주의 지원이었지 중산층을 포함한 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제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며 우리 사회에서도 아이는 부모가 낳지만 낳은 아이는 국가가 길러준다는 공감대와 함께 이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이 부러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불이익은 받지 않는다는 가족 친화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출산 및 육아휴가를 당연시하고 육아 여성에게는 재택근무와 함께 근무시간을 단축해 주며 이를 적극 실천하는 기업에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육아 가정에 대해서는 소득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육아 비용의 일정 비율을 소득에서 환급해 주는 제도를 실시하고 공공시설 등의 이용을 무료 또는 감면해주는 혜택도 필요하다.
특히 저출산 극복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프랑스의 경우처럼 새로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는 정부와 가정이 양육과 교육을 일정 부분 나눠서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중산층 가정의 출산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인구 문제는 단순히 통계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과 국민소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인구성장률이다. 즉 인구성장률이 높으면 경제성장률도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올해는 '인구는 국력'임을 절실히 깨닫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병헌 대구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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