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태안 백화산

입력 2010-01-07 07:36:32

태안은 천수만, 아산만, 남양만과 접해 있어 반도가 되었고, 해안경관이 수려하여 해안 일대가 해안국립공원에 속한다. 연포, 만리포, 천리포, 학암포, 몽산포, 청포대, 방포 등 해수욕장이 가장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겨울바다의 일몰과 아름다운 산, 그리고 천년명찰 흥주사가 있는 태안으로 떠나는 겨울산행은 어떨까.

태안은 청정의 바다에 검은 재앙이 드리워진 적이 있었다. 2년여 세월이 흘러 상흔에 얼룩졌던 그 바다는 이제 또다시 고혹의 자태로 손짓하며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가로림만'천수만 한눈에

태안8경(백화산, 안흥성, 안면송림, 만리포, 신두사구, 가의도, 몽산해변, 할미'할아비바위) 중 제1경이며, 대표 명산인 백화산(白華山)을 찾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해발 284m의 조그만 산이라고 미리 별 볼일 없는 산이라 단정하지는 말 일이다. 코스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산의 진면목이 달라질 수 있다. 낮은 산이라도 바닷가에 위치하면 해발(海拔)의 프리미엄 때문에 그 높이가 대단해 보일 수 있다.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아기자기한 바위능선과 울창한 송림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정상에 오르면 태안의 북쪽 가로림만에서 남쪽 천수만에 이르기까지 반도의 웅장한 모습과 시원하고 환상적인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경사가 완만하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군민체육관-백화산-태을암-대림아파트나 또는 역순으로 등산을 진행한다. 변변한 등산 지도도 없을 정도로 작은 산, 이름 없는 산이기에 선택의 폭이 좁은 줄 알지만 코스를 조금만 바꾸면 평생 잊지 못할 환상적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코스는 군민체육관-백화산-태을암-흥주사로, 등산거리는 약 8㎞ 정도, 3시간이 소요된다.

군민체육관 주변에 차를 정차하고 산길로 접어들면 전면에 전자안내판이 보인다. 곧이어 사방이 탁 트이며 좌로는 태안읍이 아담한 전경을 나타내고 우측으로 열린 조망 너머로 서산 팔봉산이 손짓한다. 불꽃바위, 처녀바위, 흔들바위, 토끼바위, 의자바위, 고개 숙인 여인바위, S라인 바위 등 기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위능선의 오름길은 노란 페인트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태안 마애삼존불의 소박한 미소

등산을 시작한 지 한시간 만에 정상에 오른다. 운동 삼아 오르던 태안읍민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정상 주변에는 고려 충렬왕(1275~1308) 때에 축성된 백화산성이 있는데 1975년 충청남도 지정문화재 제212호로 지정되었다. 석성의 규모는 길이 700m 정도, 높이는 3.5m이다. 성 안에는 2개의 우물이 있고 봉화대가 설치되어 있어 동쪽으론 서산의 북주산, 남쪽으론 부석의 도비산과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뒤쪽엔 서해를 든든히 지켜주는 공군기지가 있고 맞은편에 봉화대가 있다. 정상에서 20여m 내려가면 태을암이 있는데 국보로 지정된 태안 마애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일반적인 삼존불 형식은 중앙에 본존불을 모시고 좌우에 협시보살을 배치하는데, 태안 마애삼존불은 중앙에 보살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불상을 배치한 독특한 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산마애삼존불이 '백제의 미소'라 불리며 볼우물 가득 웃음을 머금고 환하게 웃는 데 비해 태안의 마애삼존불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친근하면서도 소박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이 태안마애삼존불은 지방의 보물로 지정되어 보존하고 있었으나, 근래에 국보로 승격되었다.

정상에서 중식 후 태을암을 왕복하거나 태안반도 주변의 사면팔방 조망을 즐긴 후 흥주사로 등산로를 잡는다. 내려가는 길 주변에는 하루 종일 걸어도 싫증나지 않을 환상적 송림숲길이 흥주사까지 한 시간 정도 이어진다. 가는 도중 시선을 돌려 사면팔방을 돌아보면 푸르른 송림과 매치된 서해바다의 풍광이 아름답다.

흥주사는 각종 볼거리가 넘쳐나는 명사찰이다.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는 물론 절의 마당에서 살펴보는 조망은 멋진 추억으로 각인될 것이다.

◆신진도 일몰, 흥주사 은행나무 유명

지금 흥주사로 가는 지방도로는 새롭게 정비 중이다. 등산을 마치고 30여분 만에 도착한 곳은 신진도였다. 신진도항은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충족할 수 있는 태안군의 명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주말에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항구에는 유람선을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가마우지 서식처로도 유명한 신진도 앞바다는 기괴한 바위와 푸른 하늘을 가르는 새떼들의 군무와 바다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최고의 압권은 신진도의 일몰이다. 해질녘 선착장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바다의 모습은 관광객과 사진동호인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 속으로 침잠해가는 낙 조, 그 노을 속을 유영하는 어선들, 그 뒤를 따르는 갈매기의 군무에서 우리는 시간의 유영(游泳)을 본다.

신진도 일몰은 겨울인 지금이 적기.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변 횟집의 횟값이 조금 비싼 것이 흠이다.

글·사진 산정산악회 지홍석 대장 san3277@hanmail.net

#Tip : 흥주사(興柱寺)

태안군 태안읍 상옥리 백화산에 위치하며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 수덕사의 말사이다. 창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전하지 않으나 현존하는 유물 등을 볼 때 고려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웅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유형문화재 제28호)이 구조나 양식으로 미루어 고려 때 조성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흥주사의 유명세는 절 앞에 꼿꼿이 서 있는 은행나무 덕분일 것이다. 만세루 앞에 있는 은행나무는 높이 22m, 둘레 8.5m에 달하는 나무로 수령 900살이라고 한다. 나무의 상태는 양호하며 충청남도 기념물 제156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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