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지 않는 송편의 비밀, 반죽에 설탕

입력 2009-09-25 07:34:40

대구 유명 떡집의 송편 비법

어릴 때는 손바닥만 한 송편 하나면 참 행복했다. 여기저기 뒤적거려 깨송편이라도 나오면 황홀하기조차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깨송편보다는 콩송편에 손이 가니 입맛도 변하나 보다. 그래도 변치 않은 것은 추석 하면 역시 송편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제는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떡이 됐지만 송편에 대한 기억은 오랫동안 즐거운, 혹은 아린 명절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꽃송편이다 해서 모양도 다양해지고 색깔도 화려해졌지만 송편은 그래도 하얀 것이 제일이다. 송편 만드는 비법을 떡맛으로 소문난 떡집 주인을 통해 알아봤다.

#떡맛은 쌀 빻기에서 시작된다.

쌀을 제대로 빻아야 떡맛이 좋다. 기계 강도를 잘 조절해서 빻는 것이 생명이다. 너무 기계가 뜨거우면 쌀이 익어버려 맛이 덜하고 보드랍게 빻지 않으면 떡의 질감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 떡집은 쌀 빻기부터 다르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두번 빻는다. 이때 소금간도 중요하다. 미진떡집(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박선애씨는 "소금은 반드시 굵은 소금을 사용해야 하고 쌀 빻기가 바로 떡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멥쌀 한대 기준으로 굵은 소금 26g을 넣는다.

#터지지 않게 하려면 이렇게 하라

집에서 만들다 보면 떡이 터져 속상한 경우가 많다. 이를 피하려면 반죽할 때 설탕을 넣으면 된다. 설탕을 넣으면 터지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떡에 단맛을 내기도 하고 한결 더 쫄깃한 송편을 맛볼 수 있다. 쌀 한대 분량일 경우 설탕 180g을 넣으면 된다. 떡집 춘하추동(대구시 남구 봉덕2동)의 최진국씨는 "설탕을 넣어야 반죽이 찰기가 생겨 떡이 터지지 않고 식감도 좋아진다"고 한다. 반죽하기 전에 설탕을 넣어 치대면 설탕이 자연스럽게 녹는다.

#반죽은 묽게 하라

유명 떡집은 대부분 반죽을 묽게 한다. 손에 달라붙어 만들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집에서는 이렇게 반죽을 하면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쌀 한 되를 기준으로 할 때 물 200㏄ 두컵 분량이면 적당하다. 반죽이 되면 떡이 딱딱해지고 맛이 없다. 약간 무르게 반죽해야 떡이 쫀득쫀득하고 윤기 있다.

반죽은 익반죽을 해도 좋고 찬물 반죽을 해도 좋다. 다만 반죽할 때 많이 치대야만 떡맛이 쫄깃쫄깃하다. 보통 집에서 하는 정도의 두배 정도를 치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적어도 5분 이상을 계속 치대야한다. 치댄 후 상온에서 30분 정도 숙성시킨다. 이렇게 해야만 더 쫄깃쫄깃하다.

강촌 떡 생각(대구시 동구 강촌동)의 조민씨는 " 쪄놓은 상태처럼 약간 말랑말랑한 정도의 반죽 농도가 최적이다. 집에서 할 때도 약간 묽다는 기분으로 하면 떡이 더 맛있다"고 한다.

#송편 속은 비율이 중요하다.

팥은 미리 삶아 놓는데 쌀 양의 3분의 1 정도 준비하면 된다. 팥 양의 60~70% 정도 설탕을 넣으면 알맞다. 콩의 경우는 삶아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불려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불려서 사용하면 콩 맛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 삶아서 사용할 때는 소금을 넣고 익으면 설탕을 넣는다. 깨송편일 경우는 적당하게 빻아서 설탕과 혼합하는데 설탕과 깨 분량은 1대 1이 알맞다. 설탕을 너무 많이 넣으면 속이 물러져 먹기에 불편하다. 속은 많이 넣어야 피가 얇아서 송편이 더욱 맛있다.

#30분 강한 불에 쪄라

집에서 찔 때는 30분 정도 강한 불에 찐다. 뜸을 들일 필요는 없다. 만약 미리 만들어둬 냉동실에 얼려둔 송편이라면 처음 5분은 중불에서, 나머지 25분은 강한 불에 찌면 된다. 일단 찌고 나면 김을 뺀 후 싱크대의 샤워기를 이용해 두번 정도 물을 흩뿌린다. 10분 정도 지난 후 물기가 빠지면 그 다음에 참기름을 바른 후 먹으면 된다. 요즈음은 물을 뿌리지 않고 그냥 식혀서 참기름을 바른다. 미리 송편을 만들어 놓을 경우 쪄서 냉동보관하지 말고 찌지 않은 상태에서 보관해야 더 맛있다.

▶송편의 유래

송편은 대표적인 추석 음식으로 일찍 익은 벼 즉, 올벼로 빚은 것이라 하여 '오려 송편'이라고 불렸다. 송편의 유래에 대해선 명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단지 반달 모양의 송편이 달의 모양 변화와 그 궤를 함께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반달 모양의 송편이 온달을 이루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에서 시작됐다는 것과 곧 차오르기 시작하는 반달의 모양을 상징했다는 주장이 있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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