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⑧고래고기

입력 2009-08-22 07:00:00

참치회인 듯… 육회인 듯… 혀끝 살살 녹이는 '천하일미'

고래고기를 언 채로 회로 먹는 막찍기다. 고래고기의 원시적인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메뉴로, 초보자보다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고래고기를 언 채로 회로 먹는 막찍기다. 고래고기의 원시적인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메뉴로, 초보자보다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열가지의 고래고기맛을 한꺼번에 다 맛볼 수 있는 밍크 고래고기 수육이 접시 가득 담겨 있다.
열가지의 고래고기맛을 한꺼번에 다 맛볼 수 있는 밍크 고래고기 수육이 접시 가득 담겨 있다.
채썬 배와 야채에 버무려놓은 고래고기 육회. 보기에는 소고기 육회와 비슷하지만 입안에서 느끼는 미각은 천하일미다.
채썬 배와 야채에 버무려놓은 고래고기 육회. 보기에는 소고기 육회와 비슷하지만 입안에서 느끼는 미각은 천하일미다.

포항 구룡포에서 23년째 고래고기 전문점 '모모식당'을 운영하는 김대원(63) 대표는 4대에 걸쳐 고래고기와 인연을 맺고 있는 '고래가족'이다.

김씨의 작고한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구룡포 일대에서 리어카에 고래고기를 싣고 행상을 하며 생계를 이었다.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김씨의 아들 언형(36)씨는 가업을 잇기 위해 아버지 식당에서 일하며 고유한 고래요리 비법을 전수받고 있다. 언형씨는 "4대째 고래고기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끈질긴 집념과 열성 덕택"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고래 포획이 전면 금지된 지난 1986년 고래고기 시장에 뛰어 들었다. 이전까지는 자유롭게 고래잡이가 가능해 고래고기 물량도 많고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이 아니었지만, 포획 금지이후 공급량 부족과 가격 폭등으로 포항과 울산 장생포 일대 고래고기 식당이 줄줄이 문을 닫는 시점에 도리어 식당을 개업한 것. 그는 "쇠고기와 생선회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밍크고래 고기로 승부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남들이 다 문닫을 때 식당 문을 열었다"고 했다.

김씨는 싱싱한 밍크고래 고기 확보와 다양한 요리 개발에 주력했다. 신선도 높은 밍크고래를 구하기 위해 동해안은 물론 우리나라 최대 고래시장인 울산 장생포 등 전국 해안을 돌며 고래 경매인들과 친분을 쌓고 경매정보를 알아냈다. 1년에 10여마리씩 밍크고래를 낙찰받아 도매 60%, 소매 40% 비율로 전국에 유통된다.

모듬 수육, 육회, 막찍기, 전골 등의 독특한 맛을 내는 다양한 고래요리로 전국적으로 단골손님을 확보하게 된 김씨는 우네와 전복, 송이를 합친 '고래 삼합' 요리를 개발해 대박을 터트렸다. 호남의 삼합(홍어 돼지고기 김치)을 능가하는 영남의 삼합인 것. 5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음식 가격이 비싸 송이철인 가을에 예약이 들어오면 최상품의 송이와 전복을 직접 구매해 삼합 요리를 내놓는다.

강병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