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의 고도를 찾아서]③세계문화유산 핑야오고성

입력 2009-07-21 07:00:00

핑야오고성은 중국의 3대 고성으로 꼽힌다. 핑야오는 무려 2천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로 흙으로 쌓아올린 성벽은 도시의 역사를 그대로 설명해준다.
핑야오고성은 중국의 3대 고성으로 꼽힌다. 핑야오는 무려 2천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로 흙으로 쌓아올린 성벽은 도시의 역사를 그대로 설명해준다.

한국에는 수백 년 이상 옛모습 그대로 보존된 고성(古城)이나 읍성이 없다. 얼마전 유네스코가 선정하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가 확정된 충남 아산의 '외암 마을'이나 안동 하회 마을 정도가 그나마 옛 촌락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는 몇 안되는 사례다.

그러나 중국에는 광대한 지역만큼이나 수백년전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다양한 고성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중 대표적인 고성이 산시성(山西省) 핑야오현(平遙縣)의 핑야오고성과 윈난성(云南省) 리장(麗江)의 리장고성, 안후이성의 홍춘(宏村)과 시디(西遞)다. 이 중국의 3대 고성은 모두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될 정도로 역사성을 갖추고 있는데다 수백년전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등 보존상태도 뛰어나다.

리장꾸청이 나시족(납서족)의 전통가옥으로 구성된 나시문화의 본산이라면 핑야오꾸청은 한족문화를 잘 드러낸 고성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양대 고성'으로 꼽힌다. 홍춘과 시디는 뒤늦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면서 최근들어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나는 등 인근의 황산과 더불어 주목받고 있다.

핑야오 고성을 다녀왔다. 아직 개발의 손길이 덜 미친 핑야오 고성은 수백년 전의 소박한 현급(縣級)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핑야오고성 가는길

산시성 성도인 타이위엔(太原)에서 서남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1시간 정도를 달리면 고즈넉한 고성을 만날 수 있다. 바로 2천수백여년 전부터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핑야오고성이다.

핑야오고성은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사실 이름없는 작은 농촌에 불과했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난 후 핑야오고성의 면모는 몰라볼 정도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단적인 예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핑야오현의 연간 관광수입은 18만위안(한화 약 3천400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98년 핑야오현의 관광수입은 500만위안을 넘어섰다. 물론 그 전에 핑야오고성은 중국정부에 의해 1986년 베이징과 시안과 같은 급의 역사문화도시로 지정됐지만 그저 오래된 작은 소도시에 지나지 않았다.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도시의 명성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08년 한 해 동안 핑야오고성에 입장한 관광객은 무려 110만명에 이르렀다.

핑야오고성은 서주(西周)때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도시다. 현재의 성벽과 건물들은 대부분 명나라때인 14세기때 지어진 것으로 따지고 보면 핑야오는 약 2천7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핑야오가 각광을 받게된 것은 명청시기때의 건물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데다 오늘날의 은행의 전신이기도 한 중국 최초의 표호(票號)인 르승창(日昇昌)가 설립된 중국 금융의 발원지로도 유명하다.

고성의 면적은 2.25평방 km로 거주인구는 50여만이다.

▷수백년전 모습 그대로

핑야오고성은 인근의 수앙린스(雙林寺)와 전궈스(鎭國寺)와 더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일단 입장권을 구입, 고성안으로 들어가면 탁 트인 대로와 양옆의 상가가 보인다. 이 상가들은 수백년전부터 그대로의 모습이다.

세계문화유산 지정 당시 유네스코는 "핑야오 고성은 중국 한민족의 도시로 명,청시대를 잘 드러내는 범례이자 그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중국 역사의 발전중에서 특별한 문화,경제,사회 및 종교발전의 완벽한 장면을 펼쳐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핑야오고성의 성벽은 600여년에 그친 건축물과 달리 서주시대부터 건설된 고대성벽의 모습과 명대성벽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있어 역사적인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벽의 둘레만 6천163m로 전체를 다 둘러보는데 하루 종일 걸릴 정도였다. 고성안의 건축물은 옛 관아와 누각을 중심으로 남쪽 큰 거리를 축으로 좌측에는 성황(城隍), 우측에는 관공서(衙署), 또 좌측에는 문묘(文廟), 우측에는 무묘(武廟), 동쪽으로는 도교 사원, 서쪽에는 불교사원의 봉건적인 건축예법을 그대로 따른 명· 청 시대의 완벽한 고성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그래선가 핑야오고성은 10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지난 2007년 중국 최고의 명품휴양지로 꼽혔다.

고성을 천천히 거닐면 6백년 전 명나라시대로 돌아간 듯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고성을 돌아다닐 때는 전동차를 탈 수도 있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자전거를 타다가 멈춰서 마음에 드는 고민가(古民家)를 둘러볼 수도 있고 그 민가 한켠에 자리잡은 포장마차에서 가볍게 차를 한 잔 마시거나 핑야오고성만의 특색 간식거리를 사먹기도 한다.

무엇보다 핑야오 고성은 아직까지 리장고성 등 다른 관광지와 달리 상업화가 덜 진행된 탓에 옛 모습 그대로의 고성과 순박한 인심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즐겁다.

핑야오고성은 '플랫폼'이라는 중국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산시성을 종단하는 유일한 기차선로가 지나는 핑야오 역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옛 고성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았다. 지금은 많이 변해버린 10여년전의 핑야오의 모습이 그대로 나온다. 핑야오가 영화촬영의 무대가 된 것처럼 아직도 중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 각광받고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꾸미지 않은 조형미와 개혁개방이후 새롭게 개발되지 않은 옛모습 때문이다. 핑야오에서 천년고도와 같은 '고성'은 개발하는 것보다 보존하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롭게 깨달았다.

산시성 핑야오현에서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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