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조 들여다보기] 윤선도/더우면 꽃 피고

입력 2009-04-04 06:00:00

더우면 꽃 피고

윤선도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는다

구천에 뿌리 곧은 줄을 그로 하여 아노라.

4월이 왔다. 첫 일요일인 내일은 청명·한식·식목일이 겹치는 날이다. 청명(淸明)은 오동나무 꽃이 피기 시작하며 들쥐 대신 종달새가 날고 무지개가 처음 보인다고 옛 문헌은 전한다. 날이 풀리고 화창해진다는 뜻이다. 한식(寒食)은 찬 음식을 먹는 날이다. 진(晋)나라 충신 개자추(介子推)가 간신들에게 몰려 면산(綿山)에 숨어 살았는데, 문공(文公)이 그의 충성을 알고 불렀으나 응하지 않아 산에 불을 질렀다. 그래도 그는 끝내 나오지 않고 타 죽었다. 그 후로 이 날은 불을 쓰지 않고 찬 음식을 먹으며 그를 애도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식목일은 말 그대로고, 청명도 한식도 나무가 연상되는 날이다. 나무도 한국인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고, 이산 저산 울울창창한 소나무다. 청명을 더욱 청명하게 하는 것은 솔 빛이고, 한식에 찾아가는 조상의 산소는 소나무가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조는 물, 돌, 솔, 대, 달을 읊은 오우가(五友歌)중 '솔'의 노래다. 종장을 풀어보면 "네 뿌리가 땅 속 깊이 뻗어 시들 줄 모름을 그것으로써 알겠구나." 인데, 지조 곧은 사람을 친구로 삼아야 한다는 뜻. 윤선도는 벼슬살이를 하는 동안 직간을 하다가 모함에 걸려 귀양살이를 많이 다녔는데, 그에 대한 모함이 지조가 곧지 못한 사람들의 짓이라는 원망이 오우가의 행간에 깃들어 있다.

이 외에도 '솔'을 시조로 남긴 사람이 많다. 사육신 중 성삼문은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탄로나 처형당하게 되었을 때,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어 있어/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고 읊었다. 이뿐만 아니라 기생 송이는 해주 유생 박준한이 그에게 수작을 걸어올 때 자신의 이름 송이(松伊)에 비유 "솔이 솔이라 하니 무슨 솔만 여기는다/ 천심 절벽에 낙락장송 내 긔로다/ 길 아래 초동의 겹낫시야 걸어볼 줄 이시랴." 며 거절했다.

선비도 충신도 기녀도 그 지조와 충성, 정절을 솔에 비유 노래했나니. 나무마다 물오르는 4월에 어찌 솔을 기리지 않으랴, 또 누구라도 솔 같은 심성을 가진 친구 한 사람 그리워하지 않으랴. 한자 '松(송)'자를 파자하면 '木公'(목공)이 되니 나무 중의 나무 아닌가. 문무학 (시조시인· 경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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