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면서 모든 경제 주체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풀릴 것 같던 미국발 신용위기는 1년이 넘도록 그 끝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주가와 원화, 채권값이 폭락하고 금리는 급등하는 '최악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때의 대혼란은 절대 아니다"며 지나친 불안감을 경계했다.
◆가계, 자산손실 심각=증시가 연일 폭락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펀드 등 '투자상품'으로 몰려갔던 가계의 자산 손실이 위험 수준으로 들어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김경봉 대구서지점장은 "투자자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지금은 불확실성이 너무 커 주식을 사라는 권유를 솔직히 하지 못한다. 매도 시점도 이미 놓쳤을 만큼 엄청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많아 지금 주식을 팔 수도 없다. 환율이 매우 위험하게 상승하는 것을 보면 시장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저점이 어디인지를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기업들, "죽겠다"=원/달러 환율이 30일 장초반 1천230원에 이르는 등 연일 급등세를 보이자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기업들의 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중소기업청에 따르면 키코에 가입한 지역 기업은 40여개로 손실액은 2천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키코 피해로 인해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업체 132개사의 손실액은 피해접수 당시 환율인 1천원일 때 3천228억원이었지만 최근 환율이 1천100원대를 돌파하면서 손실액이 9천466억원으로 3배 정도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환율이 1천200원일 경우 손실액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중기중앙회 측은 내다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 102개사를 대상으로 부도위험을 측정한 결과, 환율이 1천원일 때 부도위험에 놓인 기업의 비율이 59.8%이지만 1천100원이면 62.7%, 1천200원일 때는 68.6%로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원/달러 환율이 1천200원을 훌쩍 넘어선 터라 키코 가입기업의 3분의 2가 부도 위험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기업과 수위탁관계에 있는 기업수가 모두 8천978개사에 달해 위탁기업의 부도로 인해 수천개에 달하는 수탁기업도 어려움에 부닥칠 위기에 놓이게 됐다.
키코로 인한 환손실로 당장 도산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영상 압박을 받는 기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업 운영에 쓰여야 할 돈이 키코 상환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키코에 가입한 대구지역 한 기계부품업체 관계자는 "은행에 키코 상환금을 지불하다 보면 기업경영을 제대로 못할 정도"라면서 "기업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키코 상환금액의 지급유예, 분할상환, 출자전환 등 은행이 어떤 방식으로든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환율 급등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도 급상승, 지역 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구지역 한 기계금속업체는 "보통 원자재를 구입할 때 100만달러 정도를 구입하는데 환율이 30원 오르면 3천만원을 가만히 앉아서 손해본다"고 하소연했다.
◆최악은 아니다?=그러나 '최악은 아니다'라는 목소리도 있다.
SK증권 김인숙 대구성서지점장은 "외환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많지만 외환위기는 절대 없을 것이다. 최악으로 가지는 않는다.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을 투자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적립식 펀드에 대한 불안감도 많은데 전혀 상관 없다. 생활비가 모자라지 않는 한 불입을 계속하라"고 충고했다.
한편 30일 미국 증시가 6%가 넘는 대폭락을 보였지만 우리 주식시장은 장초반 3, 4%대 하락에 그치면서 '최악은 아니다'라는 분석에 힘을 실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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