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과 교훈

입력 2008-09-29 06:00:00

지금 세계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작년 3월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 Prime Mortgage) 부실증가의 파급영향이 겉잡을 수 없이 커져서 최근에는 미국의 금융시장이 1930년대 초 대공황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대규모 투자은행 세 곳을 비롯한 미국 최대 보험회사 그리고 주택담보대출 취급기관 두 곳 등이 파산 또는 정부 소유로 넘어가거나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살아남게 되었고 미국 정부는 추가로 7,000억 달러의 자금을 금융시장에 공급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주가폭락, 원화가치 급락, 금리상승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으며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엄청난 피해를 초래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시발점은 2000년대 초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이었으며, 미국 금융회사들의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과 금융파생상품의 유통확대가 사태를 크게 악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1년 3월 이후 경기부양을 위하여 13차례에 걸쳐 1%까지 단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여 저금리시대가 상당기간 지속되었다. 저금리로 인해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이 낮아져서 월세를 내고 임대주택에 사는 것보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아 내 집에 사는 것이 더 유리하게 됨에 따라 너도 나도 집을 사게 되자 집값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금융회사들은 경쟁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해주어 심지어 집값의 100%까지 융자해 주기도 하였으며 대출초기 약 3년 동안은 매우 낮은 금리를 적용하여 초기 이자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등 주택구입을 부추김에 따라, 도저히 집 살 능력이 없는 중하위 소득계층의 사람들도 자기 돈 한 푼 없이 집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금융회사들은 대출에 따른 저당권을 기초로 주택저당증권(RMBS)을 발행하여 다른 금융회사에 팔고 이를 매입한 금융회사는 이것을 기초로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발행하여 또 다시 다른 금융회사에 팔아서 자금을 조달하는 메카니즘으로 이러한 증권이 국제적으로 유통된 것이다. 그런데 경기가 과열되고 인플레가 나타나는 조짐이 보이자 미국 FRB는 2004년 6월 이후 1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하여 2006년말에는 5.25%까지 올라갔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상승하여 주택구입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게 되자 주택수요가 줄어들어 2006년 하반기부터는 집값이 하락함에 따라, 단기차익을 노리고 뒤늦게 집을 샀던 사람들이 집을 팔 기회를 놓치고 금리상승으로 원리금상환 부담이 늘어나 연체가 급증하게 되었다. 원리금 상환 연체가 늘어나자 주택저당증권과 이를 기초로 한 유동화채권을 보유한 투자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되었다.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대출에 대하여는 담보로 잡은 주택을 압류하여 공매처분하게 되는데 공매처분 주택이 급증함에 따라 주택가격 하락이 가속화되고 이는 원리금상환 연체증가와 금융회사 손실증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는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이 주로 문제가 되었으나 금년에는 우량주택담보대출 마저도 연체가 증가하여 우량주택담보대출 취급기관 두 곳(Fannie Mae와 Fredie Mac)도 소유권이 정부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이제 거의 끝났다는 견해도 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으나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미국 정부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기 때문에 설사 앞으로 추가적인 문제가 생기더라도 미국 정부가 이를 잘 수습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와 나아가서는 신자유주의가 종언을 고했다고 하지만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금융파생상품 등에 대한 규제강화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해 수 년 전부터 금융회사들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하여 주택가격에 대한 대출금액의 비율(LTV)과 대출자의 총소득에 대한 원리금상환비율(DTI)을 엄격히 규제해 왔기 때문에 웬만큼 주택가격이 하락하여도 미국과 같은 금융위기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규제완화를 통한 금융시장 자율화 정책을 포기하고 정부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발상으로 생각된다. 규제완화를 통해 금융시장의 자율성은 높이되 감시 감독은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김병일(김&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전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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